나의 온도를 아는 사람
나의 온도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어느 날,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평소보다 쳐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오후가 될 때까지 누워서 휴대폰만 보다가 일어났다. 냉장고 청소할 때가 되어서 오르카에게 냉장고 청소를 부탁한 뒤 다시 누웠다.
시간이 한참 지났고, 얼추 청소가 끝난 것 같아 확인을 하러 갔다. 그. 런. 데 ‘냉장고’ 청소를 하라 했다고 해서 냉동실은 손도 대지 않고, 정말 ‘냉장’ 고만 청소해 놓은 게 아닌가! 순간 화가 나서 열심히 잔소리를 해댔다. 오르카는 냉동실을 청소하기로 했고, 난 다시 자리에 누우려고 돌아서서 떠났다.
그러는 도중 오르카와 팔이 스쳤다. 오르카는 곧바로 나를 불러 세웠다. 난 청소 문제로 예민해 있는 상태라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왜!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가르쳐야 해?! 알아서 좀 해!!!” 그러나 오르카는 “아니,, 당신 몸이 왜 뜨겁지?”라고 말하며 체온계를 가져왔다.
열을 재보니 38도씨로 고열이 나고 있었다. 그제야 몸이 쳐졌던 이유를 알게 되어 약을 먹었다. 나는 평소 열이 나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하는 편이라, 언제나 오르카가 먼저 알아차린다. 나와 살이 닿는 그 순간 열이 나는지 안 나는지 아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만 닿더라도 금방 알아차리고 체온계를 가져온다. 그럴 땐 특별히 감동스럽고, 고마움을 느낀다. 가장 가까이에서 내 체온을 알아주는 한 사람. 내 남편, 오르카가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다.
그런데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나의 체온을 아는 사람이 오르카뿐만은 아니다. 사람인 우리는 서로의 적정 체온이 36.5도씨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온도로 서로를 보살필 수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참 특별한 일이다.
이마에 손등을 대는 것만으로도 이상을 감지하고 약을 주거나, 병원에 데려갈 수 있는 것은 참 경이롭다. 서로의 체온을 걱정하며 차가운 손에 입김을 불어 주는 것, 더운 여름에 부채질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진정으로 가슴 뭉클한 일이다.
몸의 온도뿐 아니라 마음의 온기까지.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열기는 참 신비롭고 귀하다. 알게 모르게 나누고 거둔 온기를 떠올리며 참 고맙게 느껴진다.
하지만, 냉장고 청소 하라고 했더니 냉동실은 건들지도 않고 정말 냉장고 청소만 하는 답답함이 주는 열기는 그리 반갑지 않다!!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