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짝퉁은 안돼!
30대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명품을 손에 넣었다. 어릴 땐 가난했고, 그다음은 겨우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명품은 너무 큰 사치였다. 사실 다행히도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오르카를 만나 그가 명품을 사주었다.
어느 날, 당근마켓을 열었더니 프라다 가방이 15만 원에 올라와 있었다. 미사용에 진품을 보증하는 카드도 있었다. 제품명을 검색해 보니 200만 원 하는 것이었다. 직거래를 위해 판매자를 만났다. 진짜냐고 물었더니, 진짜랑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제야 나는 현실을 직시하며 ‘나 정말 바보 아냐? 누가 200만 원짜리를 15만 원에 팔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도 보증 카드까지 나오는 줄은 몰랐다. 그 정도로 사리에 어두웠다. 만나기까지 했는데 무르기는 좀 그래서 그냥 구매했다.
오르카에게 말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그가 정품을 사주었다. 막상 진짜 명품을 가지니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지고, 특별해 보였다. 예뻤다. 더 가지고 싶었다.
얼마 후, 모자를 사야 했다. 검색을 하다 보니 프라다 모자가 나왔다. 비쌌다. 그래서 더 갖고 싶었다. 프라다, 미우미우, 루이뷔통... 검색하다 보니 더 비싸고 예쁜 샤넬이 갖고 싶어졌다. 결국 눈에 들어온 것은 200만 원이 훌쩍 넘는 모자였다. 중고로도 200만 원이 넘었다. 사고 싶었지만, 그 가격에 모자 하나를 사는 것은 내 형편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무언가에 홀린 듯 가짜를 찾기 시작했다. 가짜인데도 20만 원이 넘어서 조금 재미있었지만, 그 가격에 샤넬을 가질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가장 진짜와 비슷한 것을 찾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접속했다. 괜찮은 곳들을 추려 내 카카오톡에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실수로 오르카에게 전송했다. 그는 그것이 갖고 싶냐고 물었다. 마침 가격도 적혀 있지 않은 사이트였다. 나는 오르카에게 부담을 줄까 봐 당황하며 “실수로 보냈어. 아직 사려는 게 아니라 둘러보고 있었어. 게다가 진짜가 아니라 비싸지 않아, 20만 원 정도야.”라고 재빨리 둘러댔다. 그 순간, 나에게 모자는 멋을 부리려는 아이템도 아니라 단지 감지 않은 머리나 얼굴을 가리는 용도인데 명품이라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의외로 오르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에게 가짜를 걸치게 하지는 않을 거야.”라고 하면서 비상금을 탈탈 털어 샤넬 모자를 사주었다.
이제는 명품 자체에 대한 기대나 즐거움은 그다지 없다. 그러나 분명히 배운 점은 있다. 남편이 차곡차곡 모은 비상금으로 명품을 사준 것처럼, 고가의 명품을 소유하기 위해 필요한 인내와 노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어떤 이들에게는 고민조차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ㅎㅎ)
또한, 명품을 소유하면서 느낀 기쁨은 일시적이었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인 소유보다 관계와 마음에 집중하는 것에서 온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명품만큼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