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오르카는 이런 내가 어디를 가든 항상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다. 한 번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내가 일을 보러 갈 때도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데리러 왔다. 그를 만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특히 감동적인 건, 오르카가 항상 차 문을 열고 닫아준다는 점이다. 내가 여닫아본 적이 없다. 내가 열면 그는 못된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준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며 문이 너무 무겁다고 말한다(하하..) 원래는 무겁지 않았는데, 그가 계속 열어주는 바람에 이제는 팔에 힘이 없어 무겁다.
우리는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예외지만, 그때조차도 하루 종일 연락했다. 오르카는 어딜 가든 나를 데려가고, 나는 어디든지 따라간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르카가 촬영을 하거나 시합을 하러 갈 때도 언제나 함께했다. 지금은 그의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기 때문에 함께할 시간이 더 많다.
정말 제정신이 아닌 커플이다. 한쪽만 이상했으면 큰 문제가 됐을 텐데, 다행히 둘 다 이것을 좋아한다. 함께하는 게 우리의 낙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꽁냥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각자의 할 일을 한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린 집순이와 집돌이다. 특히 내가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르카가 MMA 경기를 시청할 때 나는 쇼핑을 하거나글을 쓰거나 공부를 한다.
얼마 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수업 일정이 있었다(나는 아동학 공부를 위해 대학을 다니는 중이다) 오르카는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끝나면 데리러 올 예정이었다. 그날, 조별 수업이었다. 처음 만난 조원(여성) 한 명이 나를 은근히 따돌리고, 발언을 막으며 무시했다. 심지어 내가 준비한 자료들을 일부러 제외시켰다. 그래서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은 굳이 하지 않고 맡은 일만 충실히 했다.
수업이 끝나 학교 앞에서 오르카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하필 그 여자도 같은 장소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세 오르카가 도착했다. 내가 차 쪽으로 발걸음을 떼자마자 그가 허겁지겁 뛰어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나를 문 앞에 서서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고 서두른 것이다.
날 따돌린 여자는 팔짱을 끼고 우리를 지켜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차에 오른 날이었는데, 그날은 더 행복하고 통쾌했다. 나중에 오르카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왜 그 당시에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투덜댔다. 누구도 나를 무시하게 놔두지 않을 거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내게 큰 위로와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그의 사랑 덕분에 더 자신감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상 글을 쓰고 싶을 때면 자연스럽게 오르카 이야기를 쓰게 된다. 그가 바보 같아서 짜증 날 때도 많은데 글을 쓰려고 보면 잘해준 것만 술술 써진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건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가능하다. 오르카가 전쟁에 참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등 많은 것을 이루어 놓았기 때문에 지금은 그 덕을 보고 있다. 이제 그는 총을 잡고 나라를 지키지는 않는다. 가정을 지키면서 나와 우리의 시간을 지켜주고 있다. 자신이 다치고 아팠던 것에 대한 보상을 나에게 전부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평소에 그가 내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당연해져서 고마움을 잊고 지낸다. 매일 그에게 감사를 더 표현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