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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Jul 01. 2024

밤보다 남편이 더 무서워...

나를 기다리는 그대가 무서워...


난 늦게 잠드는 올빼미 같은 사람이지만, 어둠을 무서워한다. 해가 저물면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오르카가 문 앞에서 기다려준다. 오르카가 없을 때는 애완견 메리를 데리고 간다. 오르카도, 메리도 내가 새벽 몇 시에 깨우던 벌떡 일어나 화장실 앞에서 나를 지켜준다.


같은 이유로 밤에 혼자 양치질을 못한다. 그래서 오르카가 매일 문 앞에서 기다려준다. 그는 몇 년간 이런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귀찮아하지 않았다. 새벽 몇 시에 깨우더라도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화장실?” 혹은 “양치질?” 하고 묻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내 심장이 몇 번이나 떨어질 뻔했다. 흑인인 오르카는 불을 꺼놓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인종차별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오르카가 불 꺼진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난 화장실 불을 끄고 나온다. 그를 찾기 위해 휴대폰 조명을 켜면, 어디선가 갑자기 그가 나타난다.

그런데 평범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고개를 꺾어 방 문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있는 등 하여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르카도 자기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안다. 그 특징을 이용해 나를 놀라게 하려 그렇게 기다린 것이다. 이 일로 몇 번 싸웠다. 처음엔 놀라서 화가 나지만, 곧 어이없어서 웃고야 만다. 이 장난은 너무 무서우니 하지 말라고 하자 그는 며칠 동안 거의 시위를 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그는 항복하듯 양손을 들고 “무서워하지 마, 나 여기 있어!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 여기야, 나 여기 있어!”를 외쳤다. 부들부들.....


자기 전 불을 끄고 자리로 가다가 그를 밟은 적이 몇 번 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불을 끄면 “나 여기 있다!” 하고 급박하게 외친다. 마치 “살려줘~!”를 외치듯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밟지 말라는 것인데, 나를 놀리고 웃기려고 그러는 거다. 이런 그의 장난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매번 크게 웃는다. 3년째 같은 장난인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흑인 남편을 두고 그의 아이를 낳은 특권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웃는다. 하하.


물론  제삼자가 이런 특징을 비하하거나 장난으로 삼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피부색을 이용한 장난도, 우리 사이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의 일부이다.

밤이 무섭(때론 밤보다 오르카가 더 무섭)지만, 그 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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