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주말, 우리가 해본 적 없는 것을 하다.
우리는 “Servd”라는 카드게임을 했다. 이 게임의 카드에는 커플을 위한 다양한 지령이 적혀 있다. 한 사람이 카드를 내밀면 상대방이 카드에 적힌 지령을 완수해야 한다. 때로는 곤란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면 상대가 골라주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나가기, 일정 시간 동안 뒤로만 걷기, 장기자랑하기 등이다. 커플 사이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다. 취미 함께하기, 파티하기, 용서 카드 등이 있다. 여러모로 참 재미있는 놀이이다.
내 차례가 되었고, 오르카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지령을 확인한 오르카는 외부활동도 괜찮냐고 물었고, 난 아기도 있으니 나가지 말자고 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들떴다. 궁금해서 물어봐도 비밀이라며 숨겼다.
하루가 지나 주말이 됐고, 오르카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방을 청소했다. 이어 큰 이불을 펼쳐 한쪽 면을 높은 서랍장 첫 칸에 끼워 넣었다. 반대편 면은 각각의 모서리를 아기울타리(베이비룸)에 끼워 묶었다. 크게 펼쳐진 해먹 같은 게 만들어졌다. 그는 손을 털고 자신감 있게 다가와 말했다.
『짜잔~ 여보 이불 아래로 들어와』
『뭐야, 그게 뭔데?』
『홈 캠핑이야, 당신을 위한 멋진 주말 우리가 해본 적 없는 것!』
이불 텐트였다. 함께 캠핑은 가봤지만 홈캠핑은 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는 겨울이었다. 안에 몸을 뉘었더니 아늑하고 따듯해 감탄을 했다. 오르카는 흐뭇하다 못해 머쓱한 표정을 짓고, 한마디를 더했다.
『쿠션을 가져다줄게, 하루종일 텐트에서 쉬며 놀자. 이따 핫도그를 구워 줄게 완벽한 캠핑이 될 거야.』
그 말은 정말 따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녹을 듯했다. 그래서 이때를 놓치지 않고, 더욱더 뜨겁게 받아쳤다.
『와~! 캠프파이어도 하는 거지?』
『에휴, 그건 안되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핫도그 구워준다며! 불을 피워야 굽지!』
『그랬다간 핫도그가 아니라, 우리가 구워질걸?』
오싹하기도 하지...
그렇게 우리는, 앉으면 머리가 살짝 닿는 텐트에서 캠핑을 했다. 그 텐트는 아기에겐 큼직했고, 나와 오르카에겐 조금 작지만 충분했다. 너무 커서 그 안에 다 들어오지 못한 건 오르카의 사랑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