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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부지런한 직박구리~

by 윤서린

주말에 비소식이 있다.

벚꽃 놀이도 아직 가지 못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초등 5학년 막내아들이 등교하며 오늘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안 가냐고 묻는다.


자기랑 데이트하자며…


아.. 엄마 글쓰기 과제해야 되는데 어쩌지?

최대한 빨리하고 밤에라도 벚꽃 보러 나가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르바이트 장소로 이동하면 20분 정도의 시간이 남는다.


보통 새벽독서 글의 맞춤법을 수정하고 발행하는데 시간을 쓰는데 오늘은 미리 끝내서 이렇게 일상을 적는다.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는데 벚나무에 앉은 새 두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주변이 산이라 새들이 꽤 많다.

이름 모를 새들이 합창을 하는데 노래를 넘어 수다쟁이들 모임처럼 시끄러운 날도 가끔씩 있다.


오늘은 조금 한적한 느낌으로 두 마리의 직박구리가 벚나무에 앉아 꽃꿀을 먹고 있다.

주말에 비가 오면 꽤 많은 벚꽃들이 떨어질 텐데…

직박구리들은 그 사실을 알까?


얘들아… 부지런히 먹어두렴.

달콤한 꿀도 한 때란다…


우리 삶에도 좋은 때가 있다.

꽃에 담긴 꿀처럼 달콤한 시절이 봄꽃 피었다 떨어지듯 아주 잠깐씩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그 순간이 행복이라고 여길틈도 없이 아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을 시간.


하지만 그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잊고 살았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계절이 지나 꽃이 다시 피듯.

그렇게 작은 행복들은 우리 주변에 돌아오는 계절의 꽃처럼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벚꽃의 달콤함을 부지런히 느끼는 직박구리처럼 나도 오늘 밤에는 아들의 손을 잡고 벚꽃 나들이를 해볼 생각이다.


여의도 벚꽃 놀이는 못 가도 동네 주변에 피어있는 하천길의 벚꽃길을 걸으며 우리만의 추억을 또 한편 쓰고 싶다.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유행가 가사처럼.

나는 걱정을 내려놓고 그렇게 멍청이처럼 봄을 한껏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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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벗들과 직박구리 영상을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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