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넥스트 도어] 오랜만에 가을맞이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제81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 수상작“이라 믿고 보는 맛고 있지만 틸다 스윈튼과 줄리안 무어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렜다. 하지만 주제가 무거워서 같이 보러 가자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새벽 3시쯤 아직 잠들지 않은 큰 딸에게 예고편 링크를 보내고 승낙을 구한 뒤 우리는 5시간 뒤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쪽잠이 들었다. 영화는 암환자인 틸다 스윈튼이 신약 치료를 받고도 전이된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틸다 스윈튼은 친구인 줄리안 무어에게 그 순간 자신의 옆방에 있어달라고 도움을 청하며 마지막 휴가를 계획한다. 죽기로 결심하고 떠나는 둘 만의 휴가. 틸다는 자신의 빨간 방문이 닫히면 바로 그 순간이 다가온 거라고 친구에게 말한다. 매일 아침 열려있는 방문에 안도하다 어느 날 닫혀버린 방문에 오열하는 그 모습 속에 죽음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으며 마치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죽음은 작은 변화 속에 함께 존재함을 깨닫게 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들이 다시 고개 들었다. 인간이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말 죄악인가. 인간은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없이 치료라는 명목하에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가. 고통을 견디며 연명치료하는 것은 숭고한 생명존중과 인간승리이고 평온한 최후를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건 나약함이고 죄악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에 다가 올 훗날을 위해 연명치료거부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고 가족들에게도 내 의견을 말해두었다. 영혼은 죽어가는데 심장이 뛴다고 정말 살아있는 것일까? 의료기술의 발달로 연명치료받으며 마약진통제를 맞고 산소호흡기를 통해 살아가는 삶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영화였다.
큰딸과 나는 예전에도 이런 주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둘 다 의미없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는 받지 않는 걸로결론을 내렸다. 영화는 좋아하는 두 배우의 연기, 화면 가득 채운 색채와 색감을 이용한 연출이 돋보여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 같았다. 마지막 엔딩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이 고요하지만 지독한 인간의 고독이 느껴진다.
눈이 내리면 이 영화가 떠오르고 곁에 없는 누군가가 조금은그리워질 것 같다.
"눈이 내린다. 산 자와 죽은 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