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그러니까 1900년대만 하더라도 주로 화물 수송은 철도가 대부분 담당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시멘트 등등 중공업에 관련된 열차들은 철도가 대부분 담당하지만, 20세기에 비해서 21세기는 소화물뿐만 아니라 대형 화물도 트럭이 그 파이를 많이 가져갔습니다. 그러한 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다 보니, 화물철도는 그야말로 쇠퇴 또 쇠퇴뿐이었습니다. 오늘 알아볼 노선 역시 화물영업의 쇠퇴와 함께 위기를 맞았던 노선들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일본 후쿠오카현 근교에 존재했던 카시선과 카츠타선. 이 두 노선의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카시선은 꾸준한 개량과 투자로 통근 노선으로 다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지만, 카츠타선은 연선 지자체와 철도회사의 지속된 방치로 인해 결국 폐선된 노선입니다. 두 노선의 구간도 비슷한 만큼, 이번에는 두 노선을 한꺼번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copyright by wikipedia)
카시선은 후쿠오카에 있던 사철인 하카타만 철도에 의해 개통되었습니다. 1904년에 사이토자키 ~ 스에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1905년에는 스에 ~ 우미 구간을 마저 개통시켰습니다. 1915년에는 도중 역인 사카도역에서 타비이시역까지 이어지는 카시선 타비이시 화물지선도 개통되었습니다. 이후 하카타만 철도는 니시테츠에 의해 합병되면서 1942년 니시테츠 사야선과 타비이시선으로 개칭되었는데, 2년 만에 이 노선들이 일본국유철도로 넘어가면서 카시선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해군 전용 석탄을 운송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점차 석탄이 사양화되면서 1960년에는 타비이시 화물지선의 타비이시~스에 구간이 폐선되었으며, 1984년에는 카시선 전 구간 화물영업 폐지, 1985년에는 타비이시 화물지선이 완전 폐지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카시선의 노선 활력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게다가 이 노선, 이미 1968년에 일본국철 적자 83선에 해당되던 노선이기 때문에 이미 국철 입장에서는 폐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노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일본국철의 비수익 철도 노선을 정리하는 사업인 특정지방교통선에는 지정되지 않았고, 일본국유철도가 민영화되면서 JR 큐슈가 이 노선을 넘겨받았습니다. 카시선을 넘겨받은 JR 큐슈는 큰 투자를 하게 되는데, 바로 배차간격을 일 16회 수준에서 20분에 1대로 3배 이상 줄여버리는 선택을 감행했습니다. 이 결정은 확실한 효과를 거두었고, 이후 카시선의 여객수요는 다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힘입어 2019년에는 신형 차량 BEC819계 동차도 운행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후쿠오카 도시권의 통근 노선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카시선을 달리고 있는 파란색 열차. 최근에 카시선의 열차는 모두 이 차량으로 운행 중이다. (copyright by 2nd-train.net)
카츠타선 역시 비슷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노선입니다. 1918년에 치쿠젠 산구철도가 우미 ~ 치쿠젠카츠타 구간을 처음 개통시켰으며, 다음 해에 요시즈카 ~ 우미 구간을 개통시켰습니다. 이 노선도 치쿠젠 참궁 철도가 하카타만 철도와 동시에 니시테츠로 합병되면서 1942년에 니시테츠 우미선으로 개칭되었으며, 1944년에 국철화된 것까지 똑같습니다. 이때 카츠타선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같고요. 이후 1981년에는 특정지방교통선으로 지정되었으며, 1985년에는 최종 폐선되었습니다. 카시선과는 다르게 단 하나의 증편도 있지 않았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왜 카시선과 다르게 카츠타선은 폐선되었을까요. 아마도 연선 지자체들과 철도회사의 방치가 아닐까 하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일단 당시에는 수요가 카시선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지방교통선에 선정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연선 주민들이 노선에 딱히 관심을 가지지를 않았습니다. 특정지방교통선에 선정된 노선 같은 경우는 연선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승차 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송밀도를 일시적으로라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 운동을 통해서 같이 특정지방교통선에 분류된 시가라키선, 와카사선, 키하라선 등의 경우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폐선되지는 않는 대신 지자체에 운영을 이관시키는 형태로 노선 자체의 존속은 성공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카츠타선에는 그게 없었습니다. 아마도 카시선이 지나치게 가까이에 있다 보니 이 노선의 필요성이 연선 주민들에게 잘 와닿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서쪽으로 뻗어가는 사사구리선과 쵸자바루역에서 만나는 노선이 카시선이며, 빨간색 노선이 카츠타선이다. (copyright by news.livedoor.com)
위에 있는 노선도를 잘 보면, 오히려 노선 선형은 카시선보다 카츠타선의 선형이 더욱 좋아 보입니다. 이를 보았을 때, 노선에 대한 투자만 잘 이루어졌으면 카츠타선 후쿠오카권 통근 노선으로써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카시선에 신차가 투입된 것도 그렇고, 2020년 이후로는 가고시마 본선 직통열차까지 편성된 것까지 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카츠타선 역시 충분히 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카시선의 메인 역은 하카타에서 4 정거장 떨어진 카시역이지만, 카츠타선은 종점이 하카타와 단 1 정거장 거리에 있는 요시즈카역입니다. 요시즈카역은 하카타 북쪽으로 가는 열차뿐만 아니라 일부 특급 미도리, 하우스텐보스 등이 연장운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카츠타선 연선 지역에서 나가사키, 사세보 등으로의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카츠타선이 운영 중이던 시절 찍은 카츠타선의 열차. (copyright by jiji.com)
지금까지 후쿠오카 근교권에 있었던 두 노선, 카츠타선과 카시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노선의 활성화와 쇠퇴의 과정도 서로 비슷했고, 거의 비슷한 연선을 통과하는 점까지 닮았던 두 노선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던 두 노선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철도는 지역과 함께하는 이동수단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