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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종 Jan 21. 2024

부자가 되고 싶어요 4

현실과 이상의 괴리

 첫 세입자를 맞이했을 때의 설렘.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또 다른 것이 궁금해졌고 실행하고 싶었다. 다음은 어디일까. 한 번 경매에 맛을 본 나는 계속해서 경매 물건을 찾았다. 안성, 청주, 수지, 대전, 남양주 등 우선 차로 2시간 반경내를 찾아다녔다. 비록 나의 차는 경차였지만 마음으로는 포르쉐였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즐거움. 임장을 가면 거의 대부분 문도 못열어보고 오기 일쑤였지만 내가 가야할 곳은 너무 많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수지로 임장을 갔을 때였다. 당시 리모델링 이슈로 핫했었던 단지. 부동산에 조금 관심있는 분들이라는 아는 단지일 듯하다. 매매손님(?)으로 가장을 했다. 노 교수님 혼자 사는 집이라고 했다. 안에 들어가니 연세가 조금 있어보인 여교수님이셨다.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품격이 느껴졌다. 거실 안은 흔한 TV도 없이 덩그러니 테이블만 있었다. 테이블에는 두꺼운 원서와 컴퓨터 한 대. 옆에는 커다란 스탠드가 서있었다. 방금까지 책을 읽다나오셨는지 옆에는 가지런히 놓인 안경도 있었다. 인자하게 웃으시며 나와 중개인을 맞이해주셨다. 순간 내가 꿈꾸는 노년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25평형의 크지 않은 아파트였지만 부족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수지 인근에 생기는 새 아파트들도 돌고 왔다. 이렇게 좋아보이는 환경을 보고 나니 기분도 좋아졌지만 가격을 보고 좌절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넘볼 수도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 매매가가 4억을 훌쩍넘었고 전세가와 차이는 1억이 넘었다. 새 아파트는 말할 필요도 없이 더욱 비쌌다. 터덜터덜 내 작고 소중한 경차를 운전하며 원룸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이루말할 수 없는 괴리감과 좌절감이 엄습했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일까. 주변 회사동기들과 비교해보면 나는 평범한 편이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월급을 받으면 저축도 할 수 있고 가끔 맛있는 것도 사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대학때 자취하던 환경을 생각하면 내 자취방은 호텔급이라고 느껴졌다. 따뜻하게 샤워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니. 대학생활 때는 2평 남짓 고시원 화장실이 추워 학교 샤워실에서 샤워를 주로 했었다. 그런 10년의 자취생활도 더 좋은 것을 보고나니 마음 속의 괴리는 어쩔 수 없었다. 어찌보면 내면의 보상심리였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름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삶은 그대로였고 눈만 높아져가니 말이다.


부동산 멘토를 만나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다 소문을 듣게 되었다. 엄청난 재야의 고수이시고 자산가이시지만 수강생으로서 꾸준히 수업을 들으시지만 다른 수강생들에게도 꿀같은 조언들을 많이 해주신다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었다. 나도 호기심이 생겨 수강하던 반을 바꿔 그 분이 듣는다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새로운 시간대는 아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앞 자리에 비어있어 무심코 앉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분이 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거셨다. "그 자리는 oo님이 주로 앉으시는 자리입니다. 다른 곳에 앉아주실 수 있을까요?" 어안이 벙벙했지만 옆자리로 비켰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자 말로만 듣던 분이 오셨다. '아 그 분 자리셨구나' 얼떨결에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호기심에 많은 질문을 했다. "지금 어디를 봐야할까요?", "돈이 이것밖에 없는데 다음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할까요?", "최근에 매매하신 곳 있으세요?" 등등 3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틈틈이 답도 해주셨다. 생각보다 너무 친절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그 분의 무용담은 덤이었다. 너무 즐거웠고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셨다. 영광스럽게도 수업이 끝나고 함께 임장을 하게 되었다. 역시 너무나도 소중한 조언들과 경험들을 전해주셨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조언과 기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 그런 분을 만난게 행운이 아니었을까. 많은 것을 배우고 다니면서 자신있게 투자 생활을 해나갔다. 그 후로 대전, 광주 및 수도권 등등에서 여러 채를 투자할 수 있었다. 뜻밖의 돈이 생기기도 하고 상승장이라 매매, 전세도 잘되었다. 늘 자기 전 '5,000만원만 있어도 좋겠다' 라며 잠들었지만 1억의 돈이 생겼다. 운이 좋았다. 늘 다니던 임장은 더욱 즐거웠다. 조금 더 먼 곳까지도 다니게 되었다. 엉뚱한 것을 사면 멘토님께 혼이 나면서도 새로운 것을 알아가니 좋았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걸까. 성장이 멈추면 죽는다는 것을 몸으로 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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