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낙찰..?
당시 학원을 갔을 때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수도권 부동산 상승장이 시작된 시점이라 수강생도 많고 어딜가나 '무조건 사야된다'는 원내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누구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오직 '징역'이야기만 했다. 주말과 평일, 너무 주제와 분위기를 오가는 나는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고 반장을 자처했고 의욕적인 부동산 투자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의욕과 다르게 월급은 너무나 작았고 기존 수강생처럼 활동적으로 매매를 할 수는 없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주 소액으로 살 수 있는 지방의 주공아파트였다. 첫 물건은 경매로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충주와 청주를 돌아다녔다.
도대체 왜 여기를 왔어요?
아직 어리고 경험도 없어서 잘 모르나본대 지금 집 살 때 아니예요. 더 공부하고 오세요
실제 부동산 소장님께 들었던 이야기다. 손님한테 그냥 돌아가라고 하다니.. 당시 충북은 입주하고 있는 새 아파트가 많아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았다. 새 아파트가 들어오고 있는데 구축아파트라니.
부동산 사장님 입장에서는 말이 안되는 투자였다. 하지만 새 아파트는 언감생신 초기투자금부터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쌌다. 처음 마음 먹었던 대로 경매로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고 교대 근무를 끝낸 비번인 날에는 충북으로 향했다.
내 눈에 들어왔던 아파트가 하나 있었다. 저층이었지만 안에는 올수리가 된 듯이 보였고 감정가격도 매우 적절했다. 8200만원. 대출받아 월세로 돌리면 초기투자금이 1000만원이 안되었다. 그렇게 배운대로 진행했다. 해당 물건 소유자를 만나기 위해 초인종을 눌렀다. 나를 맞이한 건 갓난 아이와 엄마였다. "경매때문에 왔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엄마는 사색이 되었다. 잠깐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 황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현관문에 선 채 살벌한(?) 부부싸움을 듣게 되었다. 아이엄마는 본인 집이 경매로 넘어갔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남편이 집을 담보로 아내몰래 대출을 통해 카드빚을 막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찌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전화로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고 아이엄마는 미안하다며 어떻게 해야하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친절하게 경매절차를 안내해주었고 낙찰된다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을 하고 연락처를 드렸다. 그렇게 무사히 첫 방문을 마치고 관리사무소에 밀린 관리비는 없는지(대부분 개인정보를 이유로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등등 나름은 분석을 해보았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입찰 전날 두근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대망의 입찰날. 입찰 보증금을 1장짜리 수표로 바꾸고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렸다. 법원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소위 대출 아주머니들도 명함 돌리기에 바빴다. 관심있게 보았던 아파트는 오전 10시 30분경 진행이 되었다. 보증금을 넣는 순간까지 혹시 '0'을 하나 더 쓰지 않았나 촉각이 곤두섰다. 결과는 오후에 나왔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결과를 기다렸다. 드디어 결과나왔다.
단독낙찰?
나 혼자 입찰했고 낙찰되었다. 기쁘기도 하면서 등골이 싸늘했다. 뭔가 잘못된 걸까? 경매 학원 동기들의 축하를 받았지만 몸은 서둘러 낙찰 물건지로 향했다. 준비해놓은 편지를 문틈으로 넣고 연락을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에 시세분석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인근단지들 실거래를 다시 분석했다. 동시에 여러 부동산에 월세를 내놓았다. 분위기는 냉담했다. 부동산 사장님들은 도대체 왜 낙찰받았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월세 잘 맞춰주겠다고 가엽게(?) 봐주기도 했다. 빨리 내부를 봐야 인테리어를 생각할 수 있기에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몇 번을 가봤지만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내부를 자세히 보니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짐들은 치워져 있었고 깔끔하게 보이지 않았다.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덕분에 첫 명도는 수월하게 끝냈다. 준비하고 있던 이사비도 굳었다. 내부 사진을 보니 막막했다. 투자금을 아끼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하지만 의욕이 넘쳤던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투력으로 청소부터 진행했다. 도배장판만 업자를 통해 새로 했고 나머지는 셀프로 진행했다. 수전, 직부등, 페인트칠, 몰딩까지. 처음에 모든 게 간단해보였지만 모든 게 순탄한게 없었다. 나름 그런 작업들을 자취, 군대를 통해 해봤다고 생각했지만 실전은 달랐다. 생각과 다른 어설픈 인테리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뿌듯한 마음에 내부 사진을 찍고 부동산에 사진을 돌렸다. 디퓨저도 놓고 슬리퍼도 놓았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노심초시하며 첫 세입자를 기다렸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5만원. 부동산에서는 이게 진짜 리모델링 한거 맞냐고 연거푸 물어보았지만 나는 너무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지만 그때는 진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보름정도 지났을까 한 분이 계약하겠다고 했다. 서둘러 부동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세입자. 나이가 굉장히 어린 여성분이었다. 그래봤자 나랑 2살 차이. 대뜸 개를 키워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개 키우는 세입자를 받으면 뒷감당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냄새며 파손된 부분이 많이 생길 수 있기때문이다. 가릴 처지가 못되었던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첫 계약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튜버였다. 2018년만 해도 유튜버라는 직업이 굉장히 생소했다. 20만 구독자를 지닌 대형 뷰티유튜버였다. 내심 사인받고 싶었지만 아쉬운 소리 못할까 참았다. 2년 뒤 채널이 더 커졌고 결혼을 위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그렇게 두근두근 부동산 라이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