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하는 교도관
여주에서 근무하던 나는 수원으로 출장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병원근무였다. 병원근무는 입원이나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를 계호하는 업무였다. 굉장히 단순했지만 가장 긴장되는 업무이기도 하다. 수용자가 도주하는 가장 큰 사고가 병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호업무는 3인 1조가 원칙이며 팀장은 실탄, 팀원은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다. 방탄복과 수갑 그리고 무전기까지 착용하면 한 여름에는 늘 땀범벅이 된다.
수용자를 데리고 병원을 가면 늘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수용자의 수갑은 인권상 수건으로 가려졌지만 동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한 눈에 띄기 마련이다. 신기해하는 사람도, 불쾌하게 보는 사람도, 아련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간혹 순진한 얼굴로 뭐하는 아저씨냐고 물어보는 꼬마 아이들도 있었다.
수용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직원은 24시간 교대로 계호를 한다. 대부분의 경우 1인실에 입원을 하게 되고 운이 나쁘면 다인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1인실이라 하더라도 성인 남자 4명이 한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좁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위한 캠이 설치되고 수용자는 손과 발에 각각 수갑 그리고 발목 위치추적장치까지 채운다. 수용자가 화장실이라도 가는 경우 여간 번거롭다. 만약 몸도 제대로 못가눌 정도로 중증은 경우는 계호자가 아니라 간병인으로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수용자도 잠들도 좁은 입원실에서 밤을 새다보면 야경에 눈이 간다.
천국 광교
병원에서 늘 보이는 곳이 있었다. 광교였다. 당시 광교 32평은 6억대였다. 수원이 집이 직원들도 많았기 때문에 집값은 늘 화두였다. 수원이 6억이 말이되냐부터 광교 너무 비싸다. 이미 광교에 집이 있는 직원은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의 웬만한 곳과 집값이 비슷했다. 하지만 광교는 살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고 적어도 그곳이 생활권인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었다. 병원 야경을 통해 보이는 광교는 내게 천국이었다.
2기 신도시 일환으로 계획된 광교는 호수공원이 유명하다. 본래 유원지였으며 놀이기구도 있었던 관광지였다. 하지만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천지개벽을 하게 된다.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주거시설이 개발되었고 에비뉴프랑과 앨리웨이같은 스트리트형 상가가 생겨 흡사 유럽의 거리를 연상케한다. 경기도청, 갤러리아 백화점 그리고 광교의 자랑인 신분당선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완벽한 주거타운이다. 거기다 웰빙타운은 어르신들이 살기 쾌적한 녹지환경이 있고 테라스 위주의 단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수원은 경기도내에서도 가장 훌륭한 버스 인프라를 갖춘 도시이다. 광역버스는 물론 시내버스도 잘 갖춰져 있다. 100만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자체 도시경쟁력이 높으며 삼성전자라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의 본사를 보유한 도시이다.
수원에 등기를 쳐볼까?
여주에 살고 있던 나에게 광교는 최첨단 도시였다. 그리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비쌌고 그렇게 동경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교가 아닌 영통지구 및 구도심은 아직 가격이 덜 오른 시기였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도 크지 않았다. 영통의 준신축은 5000만원, 구축은 1000만원 심지어 무갭으로도 매매를 할 수 있었다. 서울과 인근 수도권이 한 차례 가격이 오른 터라 투자자들은 수원을 주목했고 많은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돈이 부족한 또래투자자들은 20평대의 작은 구축을 노리고 있었다. 엉겁결에 따라간 나도 긴가민가하며 단지들을 살피며 임장을 자주 갔다. 임장 갈때 부동산 사장님들은 항상 죽는 소리를 하며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면 늘 무갭으로 살 수 있는 아주 좋은 물건이 나왔다며 연락을 해왔다. 마음이 동했지만 아직 확신이 없었던 나는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