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필로그 - 멈추지 않는 호그와트 열차

금계국과 장미를 지나, 엉겅퀴를 향하여

by 꽃보다 예쁜 여자


The train had begun to move.
Harry felt a great leap of excitement. He didn’t know what he was going to, but it had to be better than what he was leaving behind.
열차가 움직이자 해리는 설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더 나은 곳일 것이다.
—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킹스크로스 역, 9와 3/4 승강장


런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그 한켠에는 현실과 환상을 잇는 작은 공간이 있다. 바로 ‘9와 3/4 승강장’이다. 이곳은 해리포터가 처음 호그와트로 떠났던 곳이자, 우리 마음속에서도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상상의 문이기도 하다.


해리포터의 호그와트(Hogwarts School of Witchcraft and Wizardry)는 J.K. 롤링이 창조한 가상의 마법 학교다. Hogwarts라는 단어는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러나 Hog는 진흙 속에서 뒹구는 돼지를 뜻하고, warts는 상처나 흉터를 의미한다. 어쩌면, 불완전한 인간을 뜻하는 이름이 아닐까.


또한, 작가가 런던의 큐 가든(Kew Gardens)을 걷다가 실제 식물 hogwort (크로스워트, Cruciata laevipes)를 보고 마음에 새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실의 정원 속 풀잎 하나가, 훗날 전 세계가 사랑한 마법 학교의 이름이 된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포트 윌리엄역, 출발하는 자코바이트 증기 기관차


이처럼 호그와트는 단순한 상상의 학교가 아니라, 현실의 흙과 환상의 꽃이 맞닿은 지점에서 태어난 이름일지 모른다. 마법이란 결국, 현실의 가장 평범한 단어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킹스크로스 역의 9와 3/4 승강장에서 출발하는 호그와트 급행열차(Hogwarts Express)는 실제로는 없다. 하지만 그 붉은 열차는 여전히 상상 속에서,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문처럼 서 있다.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기적처럼 달려가고 있다.



스코틀랜드 서쪽 끝, 말레그(Mallaig)역의 자코바이트 증기 기관차


내가 탄 현실의 호그와트 열차


실제로 영화 촬영에는 스코틀랜드의 자코바이트 증기 기관차(Jacobite Steam Train)가 쓰였다. 그 열차가 글렌피넌 고가교(Glenfinnan Viaduct)를 건너는 장면은, 마치 영화 속 호그와트 급행열차의 이미지를 현실로 옮겨놓은 듯하다.


자코바이트 열차는 매년 대략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운행한다. 마침 내가 여행한 4월, 막 운행을 시작한 시기였다. 그 특별한 순간에 맞춰 이 여정에 오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설레게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꽃보다 예쁜 여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꽃보다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꽃을 만드는 공예가입니다. 물론, 외면이 아닌 내면입니다.

4,38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