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대신 책을 든 왕, 알프레드 대왕
웰링턴 아치, 평화의 문
런던의 하이드파크 코너를 지나면, 그 한가운데에서 웰링턴 아치가 조용히 도시의 문을 지키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의 영웅 웰링턴 공작(Duke of Wellington)의 승리를 기념해 세워졌지만, 지금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상징하는 문으로 남아 있다.
아치 꼭대기에는 천사가 전차를 몰고 하늘로 향하는 조각상 <평화를 이끄는 전차(Quadriga of Peace)〉 가 자리한다. 전쟁에서 평화로, 폐허에서 재건으로 나아가는 런던의 길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191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진 웰링턴 아치(Wellington Arch)는 1825년부터 1830년 사이 조지 4세(George IV)의 명으로 건축가 데시머 버튼(Decimus Burton)이 설계했다. 전쟁의 문으로 세워졌지만, 오늘날에는 평화의 시작을 여는 문으로 기억된다.
웰링턴 아치는 이 도시가 걸어온 역사의 방향을 보여준다. 폐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고, 잿더미 위에서도 문을 세우는 도시. 그 회복의 정신은 오래전, 또 다른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다. 칼이 아닌 배움과 의지로 나라를 세운 왕, 알프레드 대왕(Alfred the Great) 이다.
로마의 그림자, 그리고 침묵의 도시
런던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서기 43년, 로마 제국이 브리튼 섬을 정복하며 세운 런디니움(Londinium) 이 그 시작이었다. 로마인들은 템스강이 내륙 깊숙이 열어 준 천연 항구 위에 방어벽과 시장, 목욕탕과 신전을 세웠다. 도시는 상업의 중심으로 번성했고, 인구는 한때 4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3세기말, 제국이 쇠퇴하면서 잇따른 침입과 화재로 무너졌고, 410년, 로마군이 철수하자 런디니움은 잿더미 위에 남겨졌다.
5세기 이후 앵글로색슨 족이 이 섬에 들어왔지만, 한동안 런던은 거의 버려진 상태였다. 7세기 초,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도시는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코벤트 가든 근처에 새로운 정착지 룬던위크(Lundenwic)가 형성되며 상업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9세기, 북해의 바이킹 함선들이 템스강을 거슬러 올라왔고,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며 잉글랜드는 다시 흔들렸다.
무너짐 위에서, 책으로 도시를 지킨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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