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걸작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두오모)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도시, 꽃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Tuscany) 주의 주도이자, 르네상스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운 피렌체이다. 이탈리아어로는 피렌체(Firenze), 영어로는 플로랑스(Florence)라 부른다.
중세의 유적과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가득한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며, 미술관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는 곳이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예술, 지적 부흥 운동으로, ‘재탄생’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과 철학을 되살리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거장들에 의해 미술, 건축, 과학에서 혁신이 이루어졌다.
피렌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작품은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 (Duomo di Firenze)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건축된 두오모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이다.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라는 뜻으로, 산타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며, 피오레(Fiore)는 꽃을 의미한다. 피오레는 그리스도를 상징하기도 하며 피렌체(Firenze)의 상징인 백합꽃을 암시해, 피렌체 공동체의 자부심을 나타낸다. 르네상스 예술과 건축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인 박물관 그 자체이다.
이탈리아에선 어느 도시에나 가장 큰 성당에는 두오모(Duomo)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두오모란 원래 반구형의 천장(Dome)을 뜻하는 말이나, 성당 건축에 이런 천장 모양이 많이 쓰이면 대성당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이탈리아에는 산타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이 2,000개 이상 된다.
두오모 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은 1296년에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가 고딕 양식으로 설계를 시작했으며, 그 후 1436년에 완공되었다. 성당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가 설계한 거대한 붉은 벽돌 돔인 브루넬레스키의 돔(Cupola di Brunelleschi)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건축 기술을 통해 완성되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돔 중 하나로, 돔의 내부와 외부에서 피렌체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두 개의 껍질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성당의 파사드(외관)는 피렌체의 전통적인 색상인 주로 흰색, 녹색, 적색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대리석 꽃무늬는 피렌체의 상징인 백합을 나타내며, 피렌체의 자부심과 역사를 기념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파사드 곳곳에는 정교한 기하학적 패턴과 성경 장면, 조각들로 장식되어 고딕과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혼합된 복합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스도를 기리는 장식들이 두드러진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안에는 동시에 일정한 인원수 이상 머물지 못하도록 통제되고 있어서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참 줄을 서야 한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성당인 산타 레빠라따(Santa Reparata)라는 성당의 잔해와 납골당이 있다.
두오모 돔의 안쪽에는 프레스코화인 조르조 바사리 (Giorgio Vasari)의 최후의 심판이 있다. 프레스코화(Fresco)는 젖은 석회 회반죽 위에 천연 안료로 그리는 벽화 기법으로, 오랜 시간 색이 유지된다. 이 기법은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많이 발전했다. 대표작으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조르조 바사리는 이 지역의 부호 메디치 가의 코시모 1세(Cosimo I de’ Medici)에 의해 16세기 중반 착공된 우피치 미술관(Uffizi Gallery)을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하다. 피렌체의 많은 미술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최고 걸작들을 마주하며 시간을 잊게 만드는 최고의 미술관이다.
두오모 옆에 위치한 섬세한 대리석 장식과 아름다운 비례가 돋보이는 지오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은 피렌체 대성당의 고딕 양식 걸작으로, 1334년에 지오토가 설계를 시작했으며, 높이는 84.7미터에 이른다. 414개의 계단을 통해 정상의 테라스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지오토의 사망 후, 그의 제자인 안드레아 피사노와 프란체스코 탈렌티가 작업을 이어받아 1359년에 완성하였다. 종탑 외부는 흰색, 빨간색, 녹색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기하학적 무늬와 꽃 모양이 새겨져 있다.
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원본 예술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지오토의 종탑, 산 조반니 세례당과 관련된 예술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이 박물관은 피렌체 대성당과 관련된 방대한 예술적, 건축적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물은 미켈란젤로가 말년에 조각한 피에타로 성모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상이다.
피렌체 르네상스 시대의 중요한 조각가들인 도나텔로와 루카 델라 로비아의 조각 작품들도 다수 소장되어 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거대한 돔을 설계한 브루넬레스키의 돔 모형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두오모 맞은편에 위치한 팔각형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은 피렌체의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특히 천국의 문(Gates of Paradise)이라 불리는 황금 문으로 유명하다. 천국의 문은 산 조반니 세례당의 동문으로,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가 27년에 걸쳐 제작한 황금색 청동 문이다. 성경의 이야기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으며, 원본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피렌체의 붉은 지붕으로 단장된 시가지는 온통 미로 같은 좁은 길이 이어진다. 두오모에서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시뇨리아광장 (Piazza della Signoria)을 지나 아르노(Arno River) 강변으로 가다 보면 베키오 다리가 나타난다.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는 이탈리아어로 ‘오래된’ 이란 뜻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를 둘로 나누는 아르노강 위의 베키오 다리는 세기의 연인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 만남이 담겨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1265~1321)는 9살 때 첫 번째 만난 베아트리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9년 후, 단테는 우연히 베키오다리 위에서 베아트리체와의 두 번째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운명적 만남 이후,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을 담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베키오 다리에서 만났다는 명확한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베키오 다리와 연결된 낭만적인 전설로 전해진다.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Beatrice Portinari)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실제 인물로, 단테가 이상화한 사랑의 상징이다. 단테는 그녀를 자신의 작품 신곡(Divine Comedy)에서 신성한 사랑과 구원의 상징으로 묘사했으며, 천국편(Paradiso)에서 단테의 영적 안내자 역할을 한다. 또한, 새로운 삶(La Vita Nuova)(The New Life)에서 그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다. 비록 실제로 깊은 관계는 없었지만,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문학에서 영원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베키오 다리 (Ponte Vecchio)를 건너서 강변 따라 걷다 상점가에 들어간 작은 가죽옷 가게에서 예쁜 롱코트 하나, 반코트 두 개를 아주 저렴하게 샀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의 큰 행복이다.
미켈란젤로 언덕(Piazzale Michelangelo)에 서면 피렌체의 두오모, 베키오 다리, 아르노 강이 전부 내려다 보이는 미켈란젤로광장(Piazzale Michelangelo) 이 있다. 니콜로 다리 건너 아르노강 오른쪽에 있는데, 1869년에 건축가 주세페 포지(Giuseppe Poggi)가 피렌체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설계했다.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이름을 땄으며, 언덕 위에는 미켈란젤로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인 다비드 동상 청동 복제품이 있다.
미켈란젤로광장 (Piazzale Michelangelo)을 올라가면서 미켈란젤로를 떠올려본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피렌체 부근의 카프레제에서 태어났다. 메디치 가문의 조각 컬렉션의 관리자이며 도나텔로의 제자였던 베르톨도 밑에서 조각을 공부했고, 로렌초 일 마니 피코(Lorenzo il Magnifico)의 눈에 들어 메디치 저택에 머물며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과 교류했다.
피에타로 유명해진 미켈란젤로는 초기 걸작인 다윗을 제작했고, 바티칸 궁(버티칸시국)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성경의 창조 이야기와 인류 구원을 주제로 한 걸작 <천지창조>를 그렸다. 인체의 아름다움과 감정 표현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인간의 신체를 강렬한 감정과 섬세한 디테일로 표현해 큰 감동을 주었다. 예술적 천재로서 르네상스 예술의 정점을 이끈 미켈란젤로는 노년에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 성 베드로 성당 건축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1564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켈란젤로 언덕 옆 계단에 걸터앉아 거리악사들의 연주를 배경으로, 아르노강 건너 해 저무는 피렌체를 내려다보니 마냥 그 자리에 머물고 싶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原題: 冷静と情熱のあいだ, Between Calmness and Passion)는 2001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로, 이탈리아와 일본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이다.
미술품 복원을 배우기 위해 피렌체에서 유학 중이던 준세이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 아오이가 밀라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 곁엔 이미 새로운 연인이 있었고 준세이는 다시 피렌체로 돌아오게 된다. 두 사람이 오래전에 했던 약속, 서로 서른 살이 되는 해에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떠올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