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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보다 예쁜 여자 Jun 01. 2024

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 예술의 전당 전시

뭉크의 예술공헌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화가이자 판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인간의 기분, 느낌, 감정에 관한 시각적 표현이 뛰어난 뭉크의 주요 작품들의 심층분석을 통한 그의 예술공헌에 초점을 맞춘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 Edvard Munch : Beyond the Scream




전시된 무려 140여점의 작품들은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급진적 실험과  독창적인 표현기법이 회화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등 독일 표현주의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 준다. 일렬로 전시된 같은 제목의 다른 버전 작품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좌: 병든 아이,   우: 뱀파이어


나는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두 가지를 물려받았다. 허약함과 정신병이다.



5남매 중 둘째로 1863년에 태어난 뭉크는 어머니와 누나의 연이은 죽음에 이어 여동생 라우라도 정신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의 불행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 절망, 슬픔을 풍경, 초상, 누드 등으로 형태의 왜곡과 격렬한 색채를 통해 표현했다.



에드바르 뭉크의 초기 1888년에 그린 유화 <그물을 고치는 남자>는 당시 미술사조인 자연주의 화풍에 따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으나, 이후 뭉크는 평생 동안 자연주의를 거부하고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 표현했다...



1888년에 그린 유화 <그물을 고치는 남자> 캔버스에 유화 물감 Oil on Canvas 55x81cm



더는 남자가 책을 읽고
여자가 뜨개질하는 장면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숨 쉬고 느끼고 고통받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인간을 그릴 것이다.
당신은 그 일상의 성스러움을 이해해야 하며
이 일상에 대해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처럼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



<두 사람, 외로운 이들>(1890)



뭉크는 풍경화 속 소재를 통해 외로움, 우울감, 열정, 불안 같은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인물이 있는 풍경화 속의 자연은 인간의 심리 상태보여주는 큰 역할을 한다. 고립은 뭉크의 작품의 주요 주제이다.



<두 사람, 외로운 이들>(1890)은 해안을 배경으로 명암 대비를 통해 두 남녀를 상반된 모습으로 표현한 가장 실험적인 독특한 판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종이 스텐실을 사용해 전경의 일몰이나 일광을 표현했고 일부는 손으로 채색했다.



<두 사람, 외로운 이들>(1890), 큰 바위가 위치한 독특한 해안을 배경으로 명암 대비를 통해 두 남녀를 상반된 모습으로 표현한 실험적인 독특한 판화시리즈



뭉크는 자신이 창작한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화에 매료되었다. 그는 색감, 질감, 구성 등의 변화를 주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해변의 두 여인> 은 다양한 판화 기법이 한 화면에 표현된 작품이다.



.<해변의 두 여인>



신비로운 요소는 항상 존재하거나 드러나며,
발견하면 할수록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뱀파이어 인어> (1893~1896)



1890 년대에는 <뱀파이어 인어> (1893~1896)를 포함한 뭉크의 역동적인 첫 상징주의 작품들이 탄생하는데, 독특한 빛의 효과로 신비로우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다색목판화 <달빛>(1896)



다색목판화 <달빛>(1896)에서 신비로운 빛의 요소는 전면에 드러난 여인의 얼굴과 배경에 있는 집의 나뭇결을 강조한다. 자연의 변형과 요소들의 의인화에서 북유럽의 신비주의가 나타난다.



좌: 1895년에 제작한 작품 <카바레>, 우: 채색판화 <카를 요한 거리의 저녁> (1896~1897) 종이에 서규ㅏㄴ, 수채 물감, 손으로 채색


1895년에 제작한 작품 <카바레>는 판화에 대한 뭉크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석판화 위에 수채 물감으로 채색해 완성되었으며, 선명한 색채와 선의 조합으로 생동감과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채색판화 <카를 요한 거리의 저녁> (1896~1897)은 노르웨이의 수도 번화가 카를 요한 거리를 정처 없이 헤매는 불안한 도시인들의 모습을 판화로 묘사한 작품이다. 석판화 위에 수채 물감으로 채색 한 이 작품은 뭉크가 수작업으로 채색한 유일한 판화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면 회화  <난간 옆의 여인/ 목소리> , 앞면은 <난간 옆의 여인>(1891), 반대편은 <목소리>(1891) 로스큐어 처리방삭이 나타남



전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많이 끈 양면회화 <난간 옆의 여인/ 목소리>이다. 벽에 공간을 만들어 앞면과 뒷면을 잘 볼 수 있도록 전시되었다.





앞면은 <난간 옆의 여인>(1891)이, 반대편에는 목탄으로 드로잉 한 작품 <목소리>(1891)가 그려져 있다. 작품을 날씨에 자연스럽게 노출해 작품의 노화 과정을 그대로 담는 ‘로스쿠어‘(kill-or-cure treatment)라 불리는 극단적 처리 방식이 잘 나타난다.



 좌:<멜랑콜리> (1902), 우: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세트 디자인> (1906~1907)


뭉크의 친구인 야페 닐센의 불행한 삼각관계 연애사를 담고 있는 <멜랑콜리> (1902)는 그의 질투심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버전의 작품을 그렸다. 회화와 목판화 등 여러 버전의 작품이 존재한다.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세트 디자인> (1906~1907) 은 헨리크 입센의 희곡 <유령>의 공연을 위해 제작된 세트 디자인을 담고 있다. 그의 예술에 대한 다각적 접근방식과 매체 실험에 대한 의지를 알 수 있다.




나는 내 그림들 이외에는 자식이 없다.
I have no children other than my paintings.



좌: 1898년의 <겨울 풍경>, 우: 1910년, <눈 속의 거친 나무 줄기> 캔버스에 유화물감



1909년 에드바르 뭉크는 첫 번째 대형 야외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정원 숲 또는 암초와 같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주제를 찾았다. 황량한 피오르 풍경, 넓은 눈밭을 색채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강조했다. 1898년의 <겨울 풍경>에 이어, 1910년 <눈 속의 거친 나무줄기>에서 겨울 테마를 다시 다루었다.



좌:1911년 <화분이 놓인 창가의 남녀>, ㅇ: <남과 여> (1913년~1915년) 남녀의 모습은 번쩍 빛을 받은 순간을 포착한 듯 하다.



1911년부터 뭉크는 <화분이 놓인 창가의 남녀>와 같은 회화 작품에서 사진 매체를 활용해 움직임에 대한 사진적인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용 플래시를 이용하여 과장된 빛 반사의 형태로 그림에 옮겼다.


<남과 여> (1913년~1915년)에서는 장노출로 처리해 천장의 빛이 화면 안으로 사라지면서 소실점이 여자의 가슴 높이까지 내려와 방의 깊이가 뚜렷하게 만들어진다. 두 작품 모두 화가와 모델을 주제로 하였다.



좌: 1915년 작품 <머리카락에 키스를>, 우: <숲을 향해서 ll> (1915)



뭉크는 가장 오래된 판화 기법인 전통적인 목판화의 나무의 질감을 강조한 표현 기법에 집중했다. 1915년 작품 <머리카락에 키스를>에서 색과 질감으로 나무판의 순수한 물성을 표현했다.


<숲을 향해서 ll> (1915)에서  울창한 나무덩굴은 임박한 연인관계 또는 꺼져가는 사랑을 의미한다. 목판 나뭇결은 안개나 어스름 등으로 보여 분위기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좌: . <남자와 말>, 우: <불타는 욕망, 얀 (노르드스트란트)>



1916년 에켈리 저택을 구입한 후, 1918년부터 뭉크는  풍경, 농부, 노동자를 그리는데 점점 더 집중했다. <남자와 말>에서 여러 개의 윤곽선과 대담한 획을 사용하여 회화 기법과 원근법으로 마치 영화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불타는 욕망, 얀 (노르드스트란트)> 는 작품 상단의 호수를 자세히 보면 치마를 입은 여인의 윤곽을 발견할 수 있다. 풍경화에서는 다소 특이한 세로 형식을 선택했다.



<붉은 집>(1926~1930)


내 그림에는
약간의 햇빛과 흙먼지, 그리고 비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것이 컬러를 더욱 조화롭게 한다.
새롭게 그린 그림에는 무언가 단단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내 그림을
깨끗하게 하려고 하거나 오일을 덧칠하려고 할 때 너무도 초조해진다.
약간의 흙먼지와 몇 개의 구멍은 그림의 완성도를 더할 뿐이다”



유화 <붉은 집>(1926~1930)에서는 캔버스가 썩고 곰팡이가 피고 얼룩이 생기는 ‘손상’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해 작품을 극단적으로 처리하는 기법인 ‘로스쿠어’(Rosskur) (kill-or-cure treatment)가 잘 나타난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서는 새의 배설물 흔적이 보이며 그림에는 전체적으로 작은 곰팡이 반점이 분포되어 있다.




벌목지 Felling Area, 1912 Oil on Canvas 107x127 cm


카메라는 천국과 지옥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붓과 팔레트와 비교할 수 없다 “



뭉크는 회화와 판화 외에도 영상 매체의 신기술에 매료 돼 1910년 에서 1920 년대 초 뭉크의 작품에는 움직임과 소실 점에 대한 영화적 표현이 드러난다. 뭉크는 <벌목지>(1912)에 영화와 같이 강조된 깊이감을 투영했다.



1917년에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



1917년에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은 두 개의 목욕장면이 투명필름처럼 서로 겹쳐있다. 표현 방식이 사진의 이중 노출효과와 유사해 물질화와 비물질화의 상호 작용을 나타낸다고  해석된다.



뭉크의 초상회들



오슬로에 야외 조각 스튜디오를 만든 후부터 뭉크가 주력한 작품세계 중 하나가 초상화이다. 한 인물을 대상으로 종종 두 가지 이상의 버전으로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중 일부는 서로 다른 기법과 형식으로 작업했고, 어떤 경우에는 몇 년 후에 그리기도 했다. 초상화는 그에게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피사체의 성격과 숨겨진 인간성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통해 표현적인 초상화를 만들었다.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묻어나는 것 같은 아주 화려한 색채이다.



우:1921년 작품 <잉에르 바르트>



1921년 작품 <잉에르 바르트>는 두 가지 변형으로 그려진 초상화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붓 터치, 투명하게 비치는 물감으로 캔버스 본연의 물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1902년 그의 작품 중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것이 누드이다. 여성의 나체를 통해 욕망, 질투, 증오, 심지어 살인과 같은 극한의 감정을 표현했다. 사망 직전까지 스튜디오에서 인물 누드화를 다수 제작했다.


1909년부터는 동거인부터 가정부까지 많은 모델을 정기적으로 고용해 작업했다. 뭉크는 모델의 개인적인 특성을 표현하고자 모델과의 신뢰와 개인적 유대를 중요시했다.



좌: 1919년의 <무릎을 꿇은 여성 누드>, 우: 1919 ~1920년<여성 누드 (안나)>



뭉크는 여러 가지 버전의 <울고 있는 누드>를 그렸는데 1919년의 <무릎을 꿇은 여성 누드>나 1919 ~1920년의 <여성 누드 (안나)>와 같은 작품들이 그중 하나이다.


그는 인물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다양하게 표현했지만, 헝클어진 머리카락의 특징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인간은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는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긴 머리를 늘어 뜨린 여성 누드를 그렸다.



생애 프리즈 퍼즐이 열리는 마자막 전시실



세계 최초로 뭉크의 1902 년과 1903년 생의 프리즈 전시를 재현한 생애 프리즈 퍼즐이 열리는 마자막 전시실에서는 뭉크의 예술성과 혁신성이 담긴 작품들을 체험할 수 있다.



생애 프리즈 퍼즐이 열리는 마자막 전시실



생의 프리즈 퍼즐은 뭉크의 직소퍼즐 방식의 판화 기법에 착안하여 최신 기법으로 제작된 수천수만의 퍼즐조각들을 통하여 생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표현했다.


뭉크의 작품들을 눈에 담고 아쉽게 전시장을 나와야 했다.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지는 순간까지 네 시간 동안 찍은 사진이 천여 장이 되었다. 전시는 9월 19일까지 열린다.



지난번에 아래  ‘뭉크를 절규하게 만든 사람들​​’ 에서 <절규>를 비롯한 뭉크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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