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아이와 노는 게 가장 어려운 엄마들에게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요? 5분 놀아주는 것도 힘들어요.
놀이가 힘들다면 아마 부모의 방식대로 아이가 잘 따라와 주지 않거나,
놀이를 통해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와 같이 놀아야 한다. 그리고 놀 땐, 연애하듯 놀아야 한다.
‘연애의 고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밀고 당기는 ‘밀당’이다. 썸을 타는 상대에게서 온 문자, 설레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차분히 기다렸다가 보낼수록 상대방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했다.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궁금증을 유발해야 질리지 않는 것처럼, 놀이도 마치 썸을 타듯이 임해야 한다. 연애 시절 밀당에 재능이 없던 나도 놀이에서 밀당의 고수가 되어보니 정말 간단하고 쉽다.
핵심은 확 잡아끌어 팽팽하게 당겼다 조금 놔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와 하는 밀당은 너무 밀어도, 너무 당겨도 안 된다. 너무 밀면 자리를 떠날 수 있고, 너무 당겨도 흥미가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노는 게 너무 어렵다면, 우선 아이가 놀이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아이들은 놀이와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적응해 나가는데, 집중 시간이 짧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고 의사소통의 필수적인 기본 기술을 배울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 예를 들어 관심 있는 사람과 데이트하는데 그 상대방이 대화에 집중을 잘 못하고 시선이 다른 데로 가 있다면, 그만큼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상대를 대화에 조금 더 집중시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을 진심으로 관찰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사'에서 시작해, 유머 코드에 맞는 ‘수준'에서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놀이가 세상에 전부인 아이를 대할 땐 부모도 놀이를 진심으로 대하면서 어떤 놀이에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하며 재미있게 놀아주려는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분 단위로, 아이는 자신의 나이의 두 배에서 세배 정도의 시간 동안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만 1세는 2~3분, 만 2세는 4~6분, 만 3세는 6~9분 식이다. 아이의 주의 집중력을 늘릴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아주 조금씩, 아이가 알아채지도 못하게 시간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약 1분 정도 놀이에 집중할 수 있다면, 갑자기 10분으로 가기보다는 1분 5초로, 그다음엔 1분 10초로, 이렇게 흥미를 잃지 않게 한 번에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예를 들어 30초 정도 놀이에 참여할 수 있고 좋아하는 노래에는 조금 더 반응을 보여 길게는 1분 30초 정도 주의를 기울이는 아이가 있다면, 좋아하는 노래에 한 동작, 한 구절씩 더 추가하며 1분 35초를 목표를 두는 것이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를 좋아한다면, 율동을 같이하며 노래 한 곡을 신나게 함께 부른 후, 그 긴장감을 조금 더 유지하기 위해 ‘조금 더 빨리해 볼까?’ 하며 조금 더 빠르게 한 번 더 불러보자.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호키포키',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과 같은 동요처럼 한 번에 조금씩, 한 동작씩 추가할 수 있는 노래로 시작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럼 3초 안에 끝날 놀이를 10분으로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이때는 반드시 부모가 아이의 놀이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먼저 아이의 전반적인 놀이 패턴을 관찰하는 건 필수다. ‘넣고 빼기', ‘엎기', ‘쌓기', ‘무너뜨리기' 등 그 시기에 아이가 노는 놀이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넣고 빼기' 시기에 있다면, 퍼즐 조각을 통에 다 넣다 빼고, 돌멩이를 가방에 넣고 다시 다 엎고, 크리넥스 통에서 휴지를 뽑았다가 다시 넣고, 공을 장난감 트럭에 넣다 뺐다 한다면 ‘넣고 빼기' 단계에서 재미있는 의성어/의태어를 사용해 언어 자극을 주며 여기에서도 똑같이 3초에서 5초만 늘려보자. 아이가 크리넥스 통에서 휴지를 하나씩 뽑으며 놀고 있을 때, 뽑을 때마다 옆에서 ‘쏙~’이라고 하며 효과음을 더해 흥미를 더해주거나 다 뽑은 후에는 얼굴을 휴지로 가렸다 내리면서 까꿍 놀이, 입으로 휴지 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를 살짝 바꾸면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 보자.
그런데 만약 아이가 어떤 장난감이든 한 가지 방식으로만 놀거나 그 장난감의 기능에 맞게 놀지 못한다면 장난감을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레고 블록을 한두 개 쌓고 흥미를 잃는다면 어떻게 하면 3초 안에 끝날 놀이를 10분으로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레고 블록으로 보물찾기 놀이를 하며 집안 곳곳에 숨겨진 블록을 찾아와 하나씩 쌓을 수 있게 유도할 수도 있고, 부모가 블록 하나를 손에 쥐고 어느 손에 있는지 맞혀 보는 놀이를 제안하며 하나 더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등이다. 퍼즐을 맞출 때, 조각을 던지거나 손으로 돌리기만 하고 맞추는 데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아이라면 그 한 조각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자. ‘자 이거 봐, 던지는 게 아니라 여기에다 맞춰야 해’라며 결과만을 아이에게 알려 주지 말고, 아이가 놀이에 3초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관심을 끌고 모델링을 통해 가르쳐보자.
부모가 모든 척척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줄 때 보다 일부러 ‘모르는 척' 혹은 ‘실수한 척'을 하며 서투른 행동을 할 때 아이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 퍼즐 조각을 머리 위에 놓고 찾는 행동, 머리 위에 두고 ‘에~취!’ 재채기를 하며 일부러 떨어뜨리는 행동 등을 하며 아이의 관심을 끌고 부모가 직접 퍼즐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렇게 서툴고 엉뚱한 행동을 통해 위치 명사 (위, 아래, 안에, 앞에, 뒤에, 옆에), 신체 이름 (머리, 눈, 코, 등), 동사(찾아, 떨어져, 숨겨, 열어 등)와 같은 어휘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아이에게 한 번 더 들려줄 수 있고, 어휘력을 점점 더 확장해 줄 수 있다. 퍼즐 맞추기에 관심을 가질 때쯤, 부모가 일부러 맞지 않는 곳에 퍼즐을 맞추려 하며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것도 아이가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이가 놀이에 참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언어적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놀이는 아이의 언어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사용되는 만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아이가 두 개의 장난감을 조합하여 놀기 시작할 때 두 낱말을 연결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발전된다. 예를 들어 아기 인형과 침대 모형 장난감을 같이 갖고 놀 수 있어야 물체와 동작을 조합하는 개념을 이해하고, 아기 인형을 침대에 재우는 놀이 과정을 통해 ‘아기 + 코 자'라는 문장을 습득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놀이의 목적이 한 단어라도 더 가르쳐야겠다는 학습 목적보다는 재미있는 시간이어야 하는 이유다.
‘어? 생각보다 재미있네?’라고 아이가 느끼는 순간 언어 학습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