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내가 정신과병원에서 일한다고하면 일단 놀란다. ‘무서운 곳에서 일하시네요’. ‘그렇게 안보이시는데 많이 무서우신가봐요?’ 등 반응도 각약각색이다. 왜 사람들은 정신과병원를 무섭다고 할까? 아마도 미디어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이는 정신과병원은 온몸에 문신이 있고 덩치가 큰 조직(?)원이거나 지적장애(Intellectual disability)가 있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표현해왔기에 많은 사람들은 정신과병원을 무서운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적장애도 2008년 2월 이후에 변경되었고 이전에는 정신박약이나 정신지체로 불리워왔다. 물론 무섭고 험악한 환자가 없는건 아니지만 병원의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환자의 상태를 조절해서 받기에 모든 정신과병원이 무서운 곳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병원이 아니고 개인의원이기에 입원환자가 49명이 정원이며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은 없다. 또 규모가 큰 병원도 정신질환자와 중독(알코올. 마약 등)질환자도 구분하고 치매 환자도 따로 구분하여 입원을 받는다. 포괄적으로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정신병자(psychopath)나 지적장애. 치매를 다 포함하여 부르는 말이나 엄격히는 분리하여 표현하는 것이 옳다.
정신과병원에는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고 간호조무사도 있다. 또 일반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심리상담사나 정신보건 간호사.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중독전문가도 있다. 가장 특이한 직군은 보호사이다. 보호사는 오로지 정신과병원에서만 존재하는 직업군이다. 보호사의 주 업무는 말 그대로 환자나 직원(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요구하는 자격은 따로 없지만 태권도나 유도, 권투 등 힘으로 상대를 재압하는 운동을 한 사람을 선호한다. 설렁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면 유리하다.
정신과에서는 스스로 자해를 할 위험이 높거나 다른 환자를 위협할 수 있는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한다. 이 격리실을 안정실(maxium security room) 하고 안정실에서는 격리와 강박이 가능하다. 격리는 다른 환자와 분리 시키는 것이고 강박은 끈을 사용하여 손발을 묶는 것이다. 격리나 강박은 당연히 주치의 지시가 있어야 하지만 위급상황일 경우 먼저 시행하고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다.
강박은 태권도나 유도 도복을 입을 때 사용하는 끈을 사용하지만 심한 경우는 팔이 없는 윗옷이나 엄지장갑을 사용하기도 한다. 강박을 시행 한 후는 30분 간격으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활력증상(혈압. 맥박. 호흡. 체온)을 관찰하고 손목이나 발목에 혈액이 잘 통하는지 살펴야 한다. 강박 시간은 최대 2시간을 넘지 않으며, 2시간이 되어도 흥분이 가라 앉지 않으면 주사로 진정제 치료(sedation)를 시행한다.
요즘은 환자의 인권이 많이 향상되어서 예전처럼 환자를 응대하면 바로 9시 뉴스에 나온다. 내가 근무하는 의원의 경우에도 일부 환자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물론 카메라는 특수필름으로 가린 상태이긴 하지만 통화도 가능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인테넷도 가능하고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환자가 편해진 많큼 직원의 업무량은 늘어났다. 휴대폰이 없는 환자는 병동에 있는 공중전화를 사용한다, 본인의 전화카드를 이용해서. 더러 긴급 버튼을 눌러 간식이 없어졌다고 경찰을 부르기도 하지만 처음처럼 혼란이 심하지는 않다.
옷도 예전에는 병원에서 지급한 환자복만 입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옷으로 입을 수 있다. 광주에 있는 성요한병원의 경우는 직원도 환자도 자유복을 입는다. 그래서 처음 방문한 사람은 환자와 직원의 구별이 어렵다고 한다. 끈이 있거나 지퍼가 있는 옷, 붉은색옷도 처음에는 금지품목이었으나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허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병동은 남자 병동과 여자 병동을 분리하여 운영하지만 언젠부턴가 남자와 여자 환자가 같이 생활하는 병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역시 환자에게는 좋은 일이나 직원에게는 신경 쓸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지만 고객(환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나도 남자와 여자 환자가 같은 병동에서 생활하는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보았다.
정신과병원이지만 입원 환자의 대부분이 정신과적 문제 이외에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가장 많은 경우가 혈압과 당뇨 등 내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이다. 그래서 단독으로 개원한 개인 정신과의원은 근처에 내과나 정형외과 등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같은 건물에 개원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의원도 같은 건물에 요양병원과 투석실. 내과와 외과 그리고 치과가 있다. 서로 협업을 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도 음주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는 우리 의원으로 보내고 우리 의원에서도 대소변관리가 되지 않고 요양이 필요한 노인 환자는 요양병원으로 전원 하기도 한다.
일반 병동과 또 하나 다른 것은 정신과병원에서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요일과 시간별로 알코올교육이나 약물교육 같은 교육적인 프로그램도 있고 노래방이나 영화감상 그림 그리는 시간도 있다. 옥상이나 마당이 있는 병원에서는 산책도 나간다. 정신과병원에 처음 입원하는 환자는 사람을 가만 두지 않느냐고 불평도 하지만 적응 기간이 끝나면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요즘은 각 병원마다 특화된 프로그램들을 많이 운영한다. 미술치료나 음악치료를 하는 곳도 있고, 치매 환자를 위한 인지 프로그램도 진행 하기도 한다.
좋은 정신과병원은 전문가에 의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알코올, 치매 등 전문병원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정신과병원은 정신과 의사만 진료를 잘 한다고 좋은 병원이라 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로 치료집단을 이루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어디까지 제공되는도 따져 볼 일이다. 엄격히 말하면 의료나 간호도 서비스이다. 그러니 모든 보건의료인은 서비스 정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정신과병원은 마음을 고치는 병원’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을 고치는 사람은 의사만이 아니라 정신과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지금의 정신과병원은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졌고 인권을 다치는 일도 없어졌다. 감기에 걸려 동네 내과의원을 가듯, 마음을 다치면 정신과 병.의원을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 국립정신건강센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