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가 되었지만 1984년 내가 임상에서 처음 접한 한국 간호는 진짜 미안한 말이지만 의사 따까리일뿐이었다. 나랑 같은 79학번이 인턴으로 우리 병원에 처음 온 날,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다. 내 경력은 사라지고 인턴이 주는 order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할머니 환자 말마따나 조금 더 공부헤서 의대갈걸.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간호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간호학 박사가 되어도 갓 의대를 졸업한 인턴의 ordre 없이는 주사조차 놓을 수 없는 현실이 싫어서. 보건대학원에 입학하여 보건정책관리학으로 박사를 받았지만 임상에서는 그냥 경력 많은 박사 간호사 정도였다. 그럼에도 임상을 버리지 못한 것은 나름의 포부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 버렸다.
나는 간호사이자 간호조무사이며 요양보호사이다. 간호법 시기부터 지금까지 간호사들이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놀랍도록 이중적이다. 간호사 본인들은 의사의 영역을 넘는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간호조무사들이 대학에서 전공을 하겠다는 것은 못숨 걸고 반대 한다. 임상에서 간호사가 하는 간호와 간호조무사가 하는 간호는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다. 간호조무사는 의료 행위가 아닌 간호만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료 행위가 아닌 간호다. 현대의 간호는 환자를 전인적으로 포착하여 신체·심리·사회·경제적 측면까지를 고려하는 전인 간호로 변화했다. 간호 행위도 간호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간병인들과 함께하는 영역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좋은 사례가 간호와 간병을 함께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다.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보건의료법에서 정한 보건의료인이다. 의료 행위가 아닌 간호는 간호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심지어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때로는 환자 가족도 간호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간호사는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를 하면, 간호의 질이 저하되고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 받는다고 주장한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그럼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를 왜 목숨 걸로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내로남불인가. 미국의 경우 PA도 간호사만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도 할 수 있는 열린 직종이다.
지금의 전공의 사건을 보면서 이 기회에 변화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는 감기로 대학병원 가는 환자가 사라지길 바란다. 3차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2차 병원의 의뢰서를 받아 오도록 하면 좋겠다. 간호사도 이제는 간호조무사를 인정했으면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영역을 두고 싸울 것인지. 밥그릇 타령만 할 것인지. 3차 병원도 이번 기회에 전공의 수를 줄이고 전문의를 늘렸으면 좋겠다. 전공의는 엄격히 말해 배우는 학생의사다. 그들에게 너무 많이 의지한 잘못이 이제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있었던 한지의료인 제도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해방 이 후, 부족한 의사를 보충하기 위해 일반대학을 나온 사람에게 의사 교육을 시켜 정해진 지역 안에서만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나 1986년 폐지 되었다. PA 간호사도 두루뭉술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대학원에서 전문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로 한정 지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PA는 간호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PA는 그냥 PA일뿐, PA간호사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