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비티 Jul 08. 2024

마침내!

푸른하늘 하얀산


마지막 오르막길입니다.

고산병 증세로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여전히 두통이 있고, 숨 쉬는 게 약간 불편하지만

산행에 큰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 일찍부터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푸석하지만 고소했답니다.


아래 산장에서 먹었던 음식보다는

맛이 조금 덜 합니다.

음식의 질이 좋지 않을뿐더러,

입맛이 없습니다.


제 입술처럼 건조해보여요.


식사를 마친 후 목적지인

강진곰파로 향합니다.


오전 내내 걷고 걸었습니다.

고산병 증세가 더 체감됩니다.

걸음이 더욱더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상준형님이 조금씩 기다려주시는데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듭니다.


햇볕은 강해져서 눈이 부시고

공기도 차갑고 건조해집니다.


"후 - 하"


최대한 숨을 크게 쉬어봅니다.

처음보다 숨 쉬는 게 힘들어졌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헐떡이기를 몇 차례.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또 몇 번 하고

그러다 고개를 들었습니다.


결의를 다져봅니다.


척박하고 또 척박한

 산중에

조그만 사원

조금 쉬어갑니다.


정말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올 거 같습니다.

왠지 힘이 납니다.


조금 더 걷다가

숨을 한번 더 고르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파란 하늘, 눈 덮인 하얀산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습니다.

그뿐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절경입니다.


상준이형님과 아비티


목적지인 강진곰파에 다다랐습니다.


숨을 가다듬고,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상준형님이 전망대를 오르는 동안

프랑스에서 온 기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따듯한 차도 한 잔 하고

초코바도 하나 먹고 조금 쉬었습니다.



뽀드득뽀드득

바닥에는 눈이 밟히기 시작합니다.

눈을 밟으며 주변을 천천히 걷습니다.


아름다운 경치와 고산병

그렇게 히말라야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좋아요.


이제 내려갈 시간입니다.


몇 걸음 걷다가 쉬고

몇 걸음 걷다가 또 쉬고

그렇게 한참을 쉬며 걸으며 하다가

산장 앞, 어느 긴 의자에 털썩 누웠습니다.


숨 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약을 좀 가져올 걸 하는 생각뿐

다른 생각 하기가 어렵습니다.


야 진짜 경치 죽인다.


바로 그때

바로 앞 산장에서 머물던

에린이라는 친구가 나왔습니다.

무슨 일이냐며 걱정하던 에린은

제게 약을 챙겨주었습니다.


친구들의 걱정과 약효로 힘을 내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갈 때즈음

또 다른 작은 산장에 도착하였고,


저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침대 위에 털썩 쓰러졌습니다.


쓰러질때 즈음 찍은 사진, 얼굴이 퉁퉁 부었죠.


깜깜합니다.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힘이 들었을까요.

축구도 많이 하고 달리기도 많이 하는데 말이죠.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이번 고생은

자연이 내게 준 경고이자 교훈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습니다.

전날 친구들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실제로 마늘은 혈관을 확장시켜준다고 하네요.


아침식사로

고산병에 좋다는 마늘수프를 챙겨 먹고

가방을 챙겨 다시 힘차게 길을 나서봅니다.


마음은 가벼운데, 배낭은 무겁네요.


가벼운 걸음으로

트레킹의 시작점이었던 샤브르베시로 돌아갑니다.

천천히, 살살 걷습니다.


다시 림체에서


돌아가는길에 하루 묵었던 산장에도 한번씩 들르며

물도 마시고, 밥도 한그릇씩 합니다.


첩첩산중 오지에 있는 산장이지만

사실 그 어느곳보다, 국제적인곳입니다.


세계각지에서 온 사람들 덕에

심심할 틈은 없으시겠어요.

건강히 잘 지내십시요.


당연한 말이지만, 잊고 삽니다.


상준형님의 낡은 운동화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운동화로도 갈 수 있겠더래요.

꼭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보세요.


수기로 작성하는 버스티켓과 기가막힌 달밧


약 30KM를 걸어 내려오니

어느덧 샤브르베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버스티켓을 예약을 하고 첫 날 묵었던 숙소로 돌아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이렇게 첫 히말라야 트레킹이 끝났습니다.




기도하는


*고산병을 앓은 뒤에야,

낮음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또 오르막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