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한 마디
요즘 외래를 자주 가게 되었다.
너무 오래 했던 밤샘 근무 탓일까. 내 몸은 은근히 망가져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 장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외래를 가면서 진료를 보고 있다. 진료를 볼 때마다 무슨 말을 하실지 기대도 하면서 걱정도 한다.
이전보다는 나아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을 추가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속이 쓰리다.
나를 자책하게 되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못하는 내 몸을 원망하기도 한다. 단번에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쉽지 않다.
"아직 진단을 내리기엔 어렵고 한 달간 염증약을 복용해 보고 내시경을 한번 더 해봅시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희망을
"이전 조직검사와 이번 검사를 미루어 보았을 때 진단을 내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약을 한 달간 더 먹어보고 염증검사를 해보죠"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걱정을
"염증 수치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고민이 됩니다. 기존약에 새로 약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좌절을 했다.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나였기에 난치병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아파서 출근 안 하면 좋겠다. 한 3일만 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휴식을 말이다.
그러나 평생의 난치병을 얻을 줄은 몰랐다.
의사의 입에서 '당신은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간절하다.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나의 안녕을 당신에게 듣는 것.
암병동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임종을 보았다.
"임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교수님. 그 말에 눈물 훔치는 보호자들. 체념하는 환자.
얼마나 간절했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프기 시작하니 비로소 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을 위한다는 알량한 내 선의는 거짓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더 그들을 잘 위로할 자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