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이팅게일 Dec 28. 2023

불친절한 간호사가 되었다(2)

남자간호사가 되겠다

간호학생 시절


간호학과에 입학한 2015년 봄.

새로운 동기, 새로운 장소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이 기회를 통해서 내성적인 모습을 지워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말 걸지 않으면 누구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거야'

낯가림이 많은 내 모습을 바꾸기 위해 여기저기 말을 걸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몇몇 동기들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호사로 생활하는데 좋은 성격을 가지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호학과 2학년.

이제 슬슬 실습을 병행하는 시기이다.

'실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어려운 것일까?'

그렇게 간호학생의 기본이 되는 기본간호학을 배우게 되었다.

임상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베드 메이킹부터 각종 술기들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건 유치도뇨 삽관과 수혈이지 않았나 싶다.

그때는 몰랐지, 내가 수혈을 밥 먹듯이 할 줄은.


실습은 그럭저럭 어렵지만 보통으로 해내며 나름의 선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필기 성적이었다. 나름 전 대학 4학기 동안 3학기 수석이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던 터라

간호학과에서 받아들인 50등대의 성적은 나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성적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다.

열심히 해왔으니 그리고 원하는 곳에 들어왔으니 좀 쉬엄쉬엄해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나를 속이며 자기 위로를 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커피 한잔을 사서 마시며 씁쓸한 결과지를 가지고 되뇌었다.

'내년에는 반드시 반등하리라.'

그러나 뚜렷한 목적 없는 목표는 허상에 불과했다.

수석을 했다는 과거의 경력에 기대어 발전 없이 과거의 영광만 좇는 내 모습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과거 속에 살고 있는 나는 현실을 마주하지 못했고 여전히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실상은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나는 50등으로 2학년을 마감한 평범한 남자 간호학생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불친절한 간호사가 되었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