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쓰이는 사람
일을 하다 보면 유난히도 마음이 쓰이는 환자분들이 있다. 나이가 젊거나 유난히 착하신 분들이 그렇다.
5, 6개월간 오래 입원하신 젊은 환자분이 있었다. 유난히도 혈뇨가 멎지 않던 분이었다. 치료가 길어져서 불안해하시던 환자분. 으레 오래 걸리는 치료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드리곤 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게 치료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이 우울해하시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영 좋지 않았었다. 매일매일 수 L의 생리식염수로 혈뇨를 씻어내도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고 고가의 많은 약들을 써도 진전이 없을 때 나라도 지칠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이식 후 나타나는 다양한 합병증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셨을 것이다. 그래도 하늘이 도왔던 걸까. 환자분의 상태는 지지부진하지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고 장장 5, 6개월의 입원 생활을 끝내고 퇴원을 하셨다.
오랜 입원 생활과 잦은 담당으로 환자 관계를 잘 형성해 두었던 탓일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결국 퇴원 가시는구나"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지켜보던 선배는 그런 내 모습에 "많이 아쉬운가 봐? 신경이 많이 쓰였었나 보네" 하고 말을 건네왔다. 약간은 울컥한 마음도 들었다. 혈액내과 특성상 많은 환자들이 자주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식 후 많은 합병증으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다.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심지어 좋지 않았던 컨디션을 극복하고 퇴원가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병동에 오시는 일은 없겠지 하는 마음에. 그렇게 마음이 쓰이는 환자분이 퇴원을 가셨다.
그러나
아직 병동에는 40명이 넘는 환자들이 있었다. 내 일에 대한 뿌듯한 마음도 잠시 나를 찾는 환자들의 아우성에 나는 이내 "어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내 부도덕한 마음이 또 불쑥 튀어나왔다. 돌이켜보면 참 죄송하고 한심한 마음이다. 언제쯤이면 이 내 마음도 다스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