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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ene Jun 03. 2024

[공감과 배려] 천사들의 마을 ...

<우리 이렇게 삽시다 - 공감과 배려의 삶>

  긍정선한 영향력  © Kyrene






세상 속 사람들을 보편적 가치에 따라 분류하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주관이 개입되면 ‘내편’은 좋은 사람, ‘남의 편’은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SNS라는 거대한 전장 속에서 익명성이라는 무기를 휘둘러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한다. 비루하기 이를 데 없는 짓거리다.

혀는 만복(萬福)의 근원이 될 수도 만화(萬禍)의 원흉이 되기도 하는 무서운 도구로, 혀를 휘두르는 주인은 지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얼굴 마주하면 눈 내리깔고 입도 뻥긋 못할 인간들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목숨마저 버리는 일이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아무리 법으로 강제한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그다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천사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찾아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그 고통의 종류와 크기는 개인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할 것이다. 지금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마냥 팔자 좋은 사람으로 보여도 정작 그 사람은, 수많은 역경과 질곡의 터널을 빠져나오느라 죽을힘을 다해 성취한 결과일 수 있다. 구구절절 풀어내지 않을 뿐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두 어깨를  이제야 조금 펴고 있을지 모른다.


나 역시 평생 숙면을 취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물론 예민한 성격 탓도 있지만 그만큼 생각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글에 담아내는 글감, https://brunch.co.kr/@kyrene/24). 은퇴 후 처음으로 누려보는 느긋한 시간이고 여유를 갖게 되는 삶이다.


사람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혹자는 통장에 잔고가 두둑해야 마음이 편하고, 누구는 좋은 차에, 또는 넓은 집에, 명품브랜드를 달고 있는 옷과 가방과 보석에, 그리고 자신의 몸을 예쁘게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쏟아붓는다.


나는 가족들이 걱정을 할 만큼 깔끔을 떨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반듯하게 놓여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것도 이젠 나이가 드니 무뎌지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나 자신을 가꾸는 데는 상당히 게으른 편이다. 깔끔하고 단정하고 정갈하기로는 일등이지만 꾸미고 다듬는 일은 꼴등이다. 내 스타일(!)이 정해지면 평생 바뀌는 일이 거의 없어 30년 넘은 옷들도 잘 입고 다닌다.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만난 천사들의 마을 풍경은 이렇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요즘 사람들은 남이 잘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듯, 단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된듯하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만나는 모든 사람의 좋은 점 하나라도 찾아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다, 참 신기하다.


자신의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운 부분을 드러내고, 어쩌면 조금은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도 마음 편하게 쏟아낸다.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은 그 사람을 위로하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눈 맞춤을 해주고 혹은 말없이 바라봐 준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오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중에는 꼭 좋은 사람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예쁜 말을 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날마다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마을에 들어와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내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초점을 맞추는 단어는 ‘건강과 감사’이다. 제 아무리 탁월한 조건과 배경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한 번은 이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하는 일은 거부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이 작별의 시간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몸은 노쇠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무탈한 하루하루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보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던 여행을 하며 자연을 만나고 싶고 또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여유로운 때가 아닌 사람들에게, 조금 힘든 사람들에게 내가 담아 온 풍광이,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글을 쓰고 또 나누고 있다.


▲  천사들의 마당  © Kyrene


내가 지금 찾아낸 ‘천사 마을’은 바로 ‘브런치 마을’이다. 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글을 쓸 때마다 기원하고 축복한다. 천사 마을에 입성한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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