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은 무서워
해피밀을 괜히 시켰나?..
인턴 2달 차, 점심시간. 오늘은 맥도날드에 갔다. 미국에서는 뭐든 다 컸지만, 햄버거 사이즈가 워낙 커서 주로 해피밀을 시켰다. 장난감도 주기 때문에 키덜트인 나에게 안성맞춤인 메뉴였다.
트레이를 들고 앉을 테이블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키득거리는 웃음과 휘파람 소리. 시선이 느껴졌다. 히스패닉 계열의 날라리 청소년으로 보이는 4명의 무리였다. 중2병이 씨게 온 것처럼 보이는 복장과 애티튜드의 아이들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욱 신나게 웃었다. 한 아이는 "찢어진 눈" 제스처를 했고, 다른 아이는 "니 하오"를 읊었다.
전형적인 인종차별적인 놀림이었다. 맨하탄에 인턴으로 오기 전, 대부분 백인이 거주하던 플로리다 시골 동네에서 어학연수 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무시가 최선임은 알고 있었다. 뉴욕은 여러 인종이 공존하는 도시지만, 이런 상황이 여전히 흔했다. 요즘은 K-POP, K-FOOD, K-BEAUTY 등 한국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지만, 당시에는 아시아인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놀림이 잦았다.
덧붙이자면 당시 나는 20대 초반으로, 동양인 특성상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서양인들 눈에 나는 최대 청소년, 심한 날은 초딩 고학년으로 보였다.
HOW OLD ARE YOU?
아이들이 말을 걸었다. 몇 살이냔다. 대꾸하지 말아야 한단걸 알면서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성급했다.
그리곤 인생 최악의 이불킥 멘트를 날렸다.
I AM AN ADULT
나 어른이야! 라니.... 민증이라도 까서 보여주려는 기세였다.
아이들은 박장대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다. 무시가 최고였을 것이다. 아이들은 조금씩 내게 다가오며 에워쌌다.
YOUNG LADY, NEED HELP?
그 순간, 뒤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NYPD, 뉴욕 경찰이었다. 나처럼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온 NYPD 경찰이 아까부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눈빛만으로도 그 경찰관이 나를 보호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멋있는 분이었다.
아이들은 일났다 싶은 얼굴로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도 하고, 변명을 하기도 했다. 나는 원만한 합의(?)를 선택했다. 교장선생님처럼 NYPD 경찰에게 따끔한 훈화말씀을 들은 아이들은 이내 사라졌다. 개인 휴식시간을 내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에 감사함을 표했다. 잠시 경찰관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미소를 보였고, 경찰관은 굿 제스처(따봉)로 답했다. 짧았지만 마음이 전달된 순간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점심시간 맥도날드 해프닝을 얘기했다. 늘 같이 다니자고 걱정하는 동료도 있고, 제일 친했던 신입 세일즈 직원은 "I can't tell"이라고 했다. 외국인들 눈에 어딘가 내가 초딩처럼 보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을 겪은 상황에 대해 사과를 한다(유감이라고) 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이젠 키즈 메뉴, 해피밀을 시키지 말라고 또 놀렸다.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그리고 뉴욕에서도 인종차별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존재했다. 오래 거주한 해외 교민들이라거나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여행객 등 각 개인이 대처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 최선의 대처법은 '무시'다. 물론, 심각한 상황에는 즉각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못 들은 척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또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고, 한국말로 따끔한 한 마디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속 시원하면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 이때 욕설은 피해야 한다. 욕은 만국 공통으로 그것만의 풍기는 스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이 유명해지면서 한국어 욕을 아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이상 오늘도 웃을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웃픈 하루였다.
Create an illustration set inside a McDonald's. A 20-year-old Asian woman is holding a tray with a McDonald's Happy Meal, being bullied and mocked by four Hispanic delinquent teenagers seated at a table. The group is laughing and pointing at her. At an opposite table, an NYPD officer is sitting alone, eating a meal, and closely observing the situation.
NYPD의 도움을 받는 모습
A soft, pastel-colored illustration of a McDonald's restaurant scene with a colored pencil texture. A 20-year-old Asian woman is holding a tray with a McDonald's Happy Meal, surrounded by a group of Hispanic teenagers (one male and three females) who are mocking her. The teenagers, with a rebellious or edgy appearance, are laughing at her from all sides. Nearby, an NYPD officer is standing with a concerned expression, appearing protective of the Asian woman as he observes the situation, ready to intervene if necessary. Nearby, an NYPD officer is standing with a concerned expression, appearing protective of the Asian woman as he observes the situation, ready to intervene if necess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