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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룡 Sep 28. 2024

애정을 담아 끌어안고 꺽으세요!

2024 09 25 살바도르 클럽 - 비평과 불만

    불만을 토로했을 때  어른들께선 “살만해서 그래”라 하시지요. 맞습니다. 살만하다는 유일한 증거는 바로 불만입니다. 둘은 필요 충분조건이라 살만하다면 무조건 불만을 가지게 되죠.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당신, 무언가를 애정 어린 손길로 꼭 끌어안고 있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푹 주무시고, 영양가 높은 식단을 하고, 꾸준히 러닝을 하세요. 이따위 풀때기 더는 못 먹어! 나 난 왜 고독하게 의미없는 달음박질로 젊음을 낭비할까? 나 아 심심해서 잠이 안 오는데 같은 불평이 입 안 가득 보글보글거리게 된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살만 해진거예요. 이제 살만 해진 사람들끼리 불평 아닌 비평을 공유하며 함께 사는 법을 익혀 봅시다.


    과육이 뭉개져 길 곳곳이 불긋하게 물들고 간간이 까만 씨가 박혀있습니다. 포스텍에도 딸기가 자라냐고요? 당연히, 꽃매미 이야기죠. 가을은 딸기가 아니라 꽃매미의 계절인가봅니다. 오늘도 길바닥에 제 발자국만한 흔적을 남길 뻔했답니다. 비평을 하기 위핸 적정한 화가 필요하죠. 살바도르 클럽 전까지 포스텍 곳곳의 계단을 오르며 불을 때우고 과열되진 않게 크림을 먹어 식혀주길 반복했습니다. 3시간 남짓을 공들인 결과, 어떻게 말해도 크림 같은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며 치즈 같이 효모로 가득하여 대상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부수는 비평가가 되었습니다. 집단 불평을 하기 전에 짧게 강의를 해보죠.


불평학 개론


불평하기 좋은 복장

1. 보온은 필수다. 체온이 내려가 무기력한 상태에선 제대로 물고 뜯을 수 없다

2. 외투를 벗으면 쿨링이 잘되는 그물 니트류

3. 폴라이트해서 엇나가는 말을 해도 눈살을 찌푸리진 않을 정도의 총평

4.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엉성하거나 괴짜인 면이 있어서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그럴만하지란 인상을 줄것 - 정규사회에 완벽히 들어맞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불평 받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말할 때 지키는 조건

첫번째 진솔하게 말하라

둘째, 절대 첫번째 원칙을 잊지마라


요점

어딘가 꼬투리 잡힐 부분이 있을 것


    주짓수 도장에 다녀왔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꺽어도 되는가? 두려움이 들더라고요. 관장님은 해실해실 웃으시며 조금만 더 돌리면 6개월은 못 걷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 부원의 십자인대를 잔뜩 당겨놓았지만요. 이에 공유하는 감을 가져가는 것이 공동체라 생각합니다

    첫날이니 기무라니 힐훅이니 실컥 잡고 돌려주세요. 이에 대해 배상책임을 묻진 않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비평하는 건 사물이니까요.


    언어에 민감하기에 웬만해선 말로썬 불평하진 않으려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입을 열 때만큼은 달달한 걸 입에 물려하죠. 입이 달때 뱉는 불만만이 불평 아닌 비평이거든요.(공유물로 가져온 수박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여러분은 유독 민감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그 부분을 더 디테일하게 볼 만큼의 눈금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세부 묘사는 애정에서 나오는 법이죠. 저는 모든 종류의 언어 예술에 민감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활자지요. 느낀 것을 곱씹지 않은 즉각적인 반응은 이렇습니다




    자세히 언급하진 않을게요 이렇게 좋은날 부적절한 것으로 입을 더럽힐 수 없죠. 미학은 궁극적으로 윤리가 되니까요.


    P.S. 대조군으로 제가 기분 좋게 찍은 사진들을 공유합니다



+

살바도르 클럽 참가비는 25-hour fresh 한 신재룡을 만들기 위해 쓰입니다.

웬만해선 클럽 당일을 위해 다 쓰는 편인데요.

의무감을 지니고 사치합니다. 빨간 커트코베인 선글라스로 이마를 까고, 초록색 니트 타이로 목을 감고, LA에 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스투시 모자를 사옵니다.


    오늘은 치즈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먹고 수박주스를 사는데 썼네요. 조금 더 쓸 걸 그랬어요. 900원 더 비싸서 포기한 커스타드 크림 케잌이 아른아른하네요 허허.

    각설하고, 오늘의 젠틀함은 모두 크림치즈 덕입니다. 어쩌면 크림치즈의 물성을 지닌 관대함일지도 모르겠네요. 실온에 오래두면 맛은 장담치 못합니다. 더 녹기 전에 다음 분으로 넘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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