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올바른 이해 17

꾸란과 21세기

by 금사대제

표지 사진: 파키스탄 여성운동가들이 2014년 5월29일 임신 3개월째에 가족들에게 살해된 여성 파르자나 파르빈 사건을 비판하며 이슬라마바드에서 ‘명예살인’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출처: AP=연합뉴스





제 7 장 명예 살인과 여성 할례 문제 01



무슬림 여성은 자기 마음대로 배우자를 선택할 수도 결혼 자체를 거부할 수도 없다. 샤리아에 따르면 여성은 청혼한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결혼에 관한 여성의 권리는 너무나 쉽게 무시당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슬림 여성이 집안을 통해 들어온 청혼을 거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슬림 여성에게 청혼 거절은 곧 죽음을 무릅쓴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랬다가는 가족의 손에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자유연애가부장권(家父長權)에 대한 불복종명예살인(Honor Crime)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명예살인이란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부장이 나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Honor_killing) 보통 간통을 저질렀거나 결혼 전에 순결을 잃어버린 여성들이 피해자가 된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여성까지도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명예살인의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아버지나 남편인 경우가 많은데, 간혹 피해자의 오빠나 남동생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간통을 저지른 여성은 신분이 왕족이라 해도 명예살인을 피하지 못한다.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샤알 빈트 파흐드 모하메드(Mishaal bint Fahd Mohamed) 공주는 레바논 출신의 평민 청년과 염문을 뿌리다 붙잡혀 무참히 살해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조카였던 미샤알 공주는 사건이 일어날 당시 이미 기혼이었다.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을 통해 유부녀가 된 미샤알 공주는 19살이 되던 해 베이루트(Beyrouth) 유학 중에 만난 칼리드 무할랄과 사랑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 도시 제다(Jeddah)에서 함께 생활하던 두 사람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해외로 도피하려다 공항에서 발각돼 체포되었다. 며칠 후 제다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두 연인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공주는 머리에 총을 맞았고 그녀의 정부(情夫)는 목이 잘린 상태였다. 공주의 할아버지 무함마드 이븐 압둘(Muhammad ibn Abdul)이 명예살인을 주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사법당국은 수사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그냥 덮어버렸다.(출처: 김정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아시아연구소 교수, '가문의 영광을 위해 희생되는 여자의 일생', <뉴스한국>, 2006-01-15)


몇몇 이슬람 국가에서는 명예살인을 아무런 제재 없이 그냥 용인하거나 형법(刑法)에 예외조항을 두어 경미하게 처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탈레반 정권 하의 아프가니스탄 등은 사법당국의 묵인 하에 법적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국가들이고, 요르단, 시리아, 모로코, 예멘 등은 형법에 예외조항을 두어 경미하게 처벌하는 국가군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명예살인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보통 6개월 미만에 징역형에 처해지는데, 다른 죄수들과는 달리 교도당국에 의해 특별 대접을 받으며 수감생활을 하다가 출소 후엔 오히려 가문의 명예를 지켜낸 영웅으로 주위로부터 칭송을 받는다고 한다.


2003년 내가 요르단에 머무는 동안에도 명예살인 문제는 요르단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회적 쟁점이었다. 요르단 여성들은 연일 거리로 나서 명예살인 규탄과 관련 악법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2000년에 시작된 이 시위는 라니아 왕비(Rania al-Abdulla, Queen Rania of Jordan, 1970~현재)가 앞장서 이끌고 있다고 한다.


1280px-Queen_Rania_-_World_Economic_Forum_Annual_Meeting_Davos_2003.jpg 2003년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 중인 라니아 왕비 / 출처: Wikipedia, <Queen Rania of Jordan>


요르단 형법 94조와 340조는 명예살인을 특수범죄로 규정하고 일반 살인과 달리 가벼운 처벌을 내릴 것을 명시하고 있다.


1. 형법 94조: 간통하여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목격한 뒤 심한 분노에 이끌려 지지른 범죄는 최고 1년 미만, 최소 3개월의 가벼운 형량을 언도한다.


2. 형법 340조: 아내나 여성 친척이 간음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고 이들 중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모두를 죽이거나 부상을 입힌 자는 특정 처벌로부터 면제 또는 감형받는다.(출처: 이정순, <<이슬람 문화와 여성>>, CLC, 2009, P.87)


2004년 9월 요르단 의회에 형법 340조 폐지가 상정되었으나 수구(守舊)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고 말았다. 2009년 형법 340조 폐지가 재차 상정되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라고 알려진 요르단에서 명예살인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실 요르단은 주변 아랍국들에 비해 명예살인 발생건수가 과히 높은 나라가 아니다.

2019년 아랍 여성상을 수상한 라나 후세이니 기자 / 출처: Rana Husseini Website

그럼에도 요르단에서 명예살인이 쟁점화되고 있는 것은 한 여성 언론인의 의로운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르단 타임스(Jordan Times)의 여기자 라나 후세이니(Rana Husseini)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의 끊임없는 살해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1994년부터 지속적으로 명예살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


명예살인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려는 라나 후세이니 기자의 목숨을 건 고투(苦鬪)는 결국 2000년 UN 인권위원회의 명예살인 규탄성명과 실태보고서 발간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명예살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근절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 지역과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여전히 명예살인이 만연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5,000명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연간 명예살인으로 희생되는 여성의 수가 실제로는 유엔 발표보다 훨씬 많은 최소 2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The Independent>는 2010년 9월 7일 자 특집기사를 통해 이 같이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출처: Robert Fisk, ‘The crimewave that shames the world’, The Independent: London, 7 September 2010, https://www.independent.co.uk/voices/commentators/fisk/robert-fisk-the-crimewave-that-shames-the-world-2072201.html)




<제 7 장 명예 살인과 여성 할례 문제 0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