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서빙 알바입니다.
어제부터 집 근처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평일 5일 동안 하루 3시간을 일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점심시간이라서 상당히 바쁩니다.
저는 알바를 대여섯 번 해보긴 했지만 식당 서빙 알바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이 많이 힘들진 않고 약간 힘들고 약간 어려운 수준이긴 한데, 저를 괴롭히는 건 혹시 실수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입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하는 거니까 실수할까봐 자꾸 걱정이 드네요.
게다가 저는 20대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글을 쓰면서 보냈기 때문에 낯선 타인을 많이 상대하는 일을 하려니 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마치 어른들의 세계에 떨어진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에요.
그리고 일이 그리 지겹진 않지만, 그릇을 치우고 식탁을 닦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글은 안 쓰고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물론 식당 서빙 일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저에게는 식당 서빙이나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점에서 다 똑같은 일로 느껴집니다. 저에게는 오직 소설을 쓰는 일만이 진정한 의미를 갖거든요.
아무튼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세상에는 저보다 운이 나쁜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보다 더 어린 나이부터 생존을 위한 노동을 일찌감치 시작하는 사람들을 제 주변에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알바를 많이 하지 않고 20대 내내 글만 쓴 저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솔직히 부정할 수 없죠.
아무튼 저는 30대의 시작을 식당 서빙 알바를 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꾸던 30대의 시작하고는 완전히 다르긴 합니다. 제가 20대에 꿈꾸던 30대의 제 모습은 그냥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책만 쓰는 아저씨였거든요.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 좀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경우에도 위대한 소설을 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이 식당 서빙이든 대통령이든 저는 남는 시간에는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깨어있는 시간 전부를 글쓰기와 독서에 쏟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저는 계속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실천할 생각입니다. 만약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된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계획은 수정해도 목표는 수정하지 않으려고요.
아무튼 저는 다시 내일 점심에도 식당에 서빙을 하러 갑니다. 이 알바를 기회 삼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생활 루틴을 다시 회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알바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계속 글을 쓰는 거죠.
알바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제가 직접 일을 해보니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에 나가 노동을 한다는 게 참 수고스러운 일인 동시에 귀중한 일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저도 그 전에는 열심히 일하긴 했지만 항상 혼자 일했고, 무엇보다도 저는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체험해보니, 세상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고단함을 평생 지고 살아가는 걸까 하는 슬픔과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내일도 출근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