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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준 Jun 17. 2024

아토피 환자가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

<별들의 금서>

 전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심했습니다. 상당수의 아토피 환자들은 성인이 되면 아토피가 많이 호전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대로 성인 아토피 환자가 돼버렸죠.

 특히 작년에는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심해서 하루종일 집에서 나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신약 치료를 받고 있어서 많이 호전되었지요.


 아토피가 심해서 긁고 괴로워하면서 하루종일 누워있던 시절, 저는 이렇게 괴로운데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지 여러 번 자문했습니다. 그 때 제가 진지하게 자살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중증 아토피 환의 자살율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중증 아토피 환자들의 글을 읽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는 합니다. 아마 그 때 제가 아토피가 좀 더 심했다면 저도 자살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거기서 좀 더 심했다면 실제로 자살했을지도 모르죠.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하던 질문을 저는 그때 실존적으로 자문했습니다. 산다는 게 이렇게 괴로운데 도대체 왜 자살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걸까?


 살아야 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떠났을 때 남겨질 가족들 때문에 죽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죽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맛있는 걸 먹는 게 좋아서 자살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저요? 저는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 죽지 않습니다. 전 평생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아직은 실력도 인지도도 별볼일 없는 작가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괴롭더라도, 위대한 작가가 되기 전에 죽는 건 너무 억울해서 자살하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왜 사세요? 왜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세요?


 플라톤이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은 각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싸움터를 떠나지 않고 삶을 붙잡아야 할 이유가 필요하겠죠.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만의 확실한 이유를 갖는다면, 그리고 이유가 많을수록 우리는 괴로운 삶을 버틸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좋아서, 게임을 하는 게 좋아서, 야구 경기 때문에 자살하지 못한다 해도 좋습니다. 살아야 할 자신만의 확실한 이유를 평화로운 순간에 최대한 많이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인생이 힘들어질 때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 테니까요.


 아토피가 많이 심했을 때, 저는 언젠가는 꼭 아토피 환자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최근에 짧은 장편소설을 썼는데 그게 바로 <별들의 금서>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 역시 <전쟁과 무한>처럼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이나 분위기나 장르적으로는 <전쟁과 무한>과 많이 다릅니다. 아마 짧지만 꽤나 강렬한 인상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도 브릿G에서 읽으실 있습니다. 전회 무료이며, 연재 완결된 작품이니 심심할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는 모든 아토피 환자들, 그리고 지상의 모든 인간들을 응원합니다.  그럼 저는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해 다시 글을 써보러 가보겠습니다. 안녕!


 주소: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s/?novel_post_id=198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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