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캉 Jun 03. 2024

우울

이것이 우울증인가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꿈속에서

출근 스트레스에 선 잠을 자고

즐거운 상상을 해도 즐겁지가 않은 건

아마도 우울증인가

하루 종일 사람들의 말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신경을 자극하여 침묵하고 고립되어도

어차피 삶은 고독인 것을 알아버린 건

어쩌면 우울증인가

날씨가 우울하여 몸이 아프던 날도

날씨가 쨍하여 몸이 덜 아픈 날도

어차피 봄은 가고, 뜨겁던 여름도 가고

아직 가지도 않은 가을도 느끼지 못함에

몸이 으슬거리며 마음이 쭈글해지며

쓰라리는 건

어쩌면, 어차피, 결국엔

이것이 우울인 건가


겁 없이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서서

용기를, 믿음을, 자신감을 얘기하던

그 시절이 아련하여 자꾸 눈이 아픈 건

오랜 제자가 찾아와 힘없음을 부드러워진 것으로

포장해 주고 안쓰러워할 때,

어느 누구보다 세대가, 세월이

사람이 변하는 것을 정면으로 맞이하니

그 만큼의 시간 동안, 그 동안의 상처만큼

고문당한 투사인 듯 몸속 뼈 마디가 아픈 것도

내게 우울증인 것인가


24. 6.3. 새벽에 로캉.


작가의 이전글 걸으면 생기는 변화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