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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캉 Jan 23. 2024

반려견 이야기

-댕댕이 표정이 살아있다.

우리의 첫 반려견은 결혼하고 멀리 지방으로 가는 아내를 위해 애견숍에서 데려온 슈나우져 <까미>이다.


너무 나대지도 않고, 너무 쳐져 있지도 않은 활달한 1개월 정도밖에 안된 강아지를 데리고 같이 먼 바닷가 도시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우리의 첫 아이처럼 말썽도 부리고, 병치레도 하면서…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우리의 즐거움이었고

우리의 소소한 행복, 힐링이었다.

그 아이와 햇볕이 따사롭던 휴일의 오후에 낮잠을 자던 날이 그립다.

항상 내 배에 붙어 따뜻함을 더해 주던 까미…

우리 아이들의 친구였던 까미
발랄했던 사진은 없고…좀 우울한 시절..

까미는 우리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외롭고 위로가 필요하던 그때에

서울에서 포항으로 다시 서울로, 다시 전주로… 주인 탓에 그렇게 많이도 돌아다녔다.

디지털 사진들은 날아가고

여러 번의 장거리 이사로 필름 사진도 없어지고

술 먹고 늦게 와서 아랫배가 차가워 아플 때에도

내 배 옆에 누워 온기로 나를 위로하던

까미의 기억도 이제 흐릿하다.


우리 아이들보다도 먼저 우리에게 와서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때쯤에

떠나 간 까미의 빈자리를 채워 준

녀석이

우연히 찾아온 까미주니어—> 까쥬(혹은 깜장이, 잠탱이, 먹깨비…)

밥 달라고 애원하는 표정

이렇던 우리의 두 번째 아이도 원하지는 않았지만(?) 검은색(ㅋㅋㅋ)

너무도 활발한 녀석의 긍정이 아이들을 밝게 키웠을지도…

누렇고 까맣던 주둥이도 이제

세월로 인해

하얗게 변해가는 우리 집 표정쟁이 …

엄마 감시견 깜장

이제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대학 가고, 군대 가고..

집에 우리랑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애교도 늘고, 찡찡거림도 늘고…

가족과 떨어지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우리 집 댕댕이

시간이 또 흐르면

언젠가는

이 아이와도 이별할 때가 오겠지만

이제 좀 아프지 않고

기쁘게 이별하기를

기도해 본다.

그때를 위해 현재에 충실하자.

행복하자.

2024.1.23. 로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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