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충칭(重庆)엘 갔다.
충칭(重庆)은 글자 그대로 경사(庆)가 겹친(重)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 중한사전은 충칭(重庆)을 "조부모와 부모가 모두 건재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는 아들을 충칭(重庆)에서 낳았다.
그는 부모와 외조부모가 모두 건재하다.
충칭(重庆)을 갈 때면 날로 향상되는 생활 편의성을 실감한다.
기술의 발달이 도시의 모습과 환경을 바꾼다.
전체 도시의 녹화사업이 세계적 관광도시인 항저우(杭州)를 닮아간다.
먹고, 이동하고, 쇼핑하고, 관광하는 환경이 날로 좋아진다.
충칭은 도시 중심을 장강의 지류인 가릉강(嘉陵江)이 흐른다.
충칭을 처음 찾은 2000년 4월에는 강변이 썰렁하고 황량했다.
지금은 강변 양쪽으로 파이낸스 빌딩, 대극장, 유명 호텔, 대형 식당이 들어섰다.
강변에 해가 지면 모든 건물의 외벽은 형형색색의 디지털 조명 쇼를 연출한다.
강 위로는 오색찬란한 불빛의 유람선이 관광객을 싣고 떠다닌다.
가릉강 주변이 충칭의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명절 연휴 기간이면 전국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황금 불빛의 홍야동(洪崖洞) 앞길은 관광객들이 몰려 강아지 한마리 지나가기 힘들다.
IT 기술의 발달이 시내의 이동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택시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의 쾌적함, 청결함, 내부 인테리어, 운전자 태도, 생수 서비스 등은 뉴욕 및 LA의 우버보다 낫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내린 평가다.
아들은 외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외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최근 거동이 불편하여 잠시 거처를 실버타운으로 옮겼다.
충칭 유일의 현대화된 실버타운이며 호텔식 룸과 서비스를 갖춰 입주자의 거주 만족도를 높였다.
시설 내에는 서예실, 독서실, 시청각실, 마작실, 노래방, 당구장, 악기실, 헬스장, 수영장 등이 있다.
무엇보다 타운 내에 병원이 있고 각 룸은 병원과 호출버튼으로 24시간 연결되어 있다.
타운 가까운 곳에는 싱가폴 자본이 투자한 대형 종합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제2기 실버타운의 대규모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21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4% 이상인 사회)로 진입했다.
고령 인구의 실버타운 입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산아 제한을 위해 과거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귀하게 자란 한 자녀가 국내 타지역으로 또는 미국 등 해외로 유학을 떠나면 두 부부만 남는다.
세월이 흘러 이들은 고령이 되었다.
실버타운은 고령 인구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편의성, 쾌적성을 강화하여 설계되었다.
나와 아내는 춘절 연휴 기간에 실버타운 내에서 장인과 함께 5일 동안 생활했다.
이후에는 디디택시를 이용하여 가릉강변의 집에서 실버타운을 오가며 장인과 함께 했다.
그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만 해도 다리를 양쪽으로 찢을 정도로 건강했다.
건강했던 그도 세월은 피해갈 수 없었나 보다.
자녀와 손자가 미국과 한국에 있으니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실버타운에 입주하기로 했다.
장인은 룸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
룸에서 주문을 하면 구내 식당은 식사를 룸으로 배달해준다.
나와 아내는 구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트레이를 들고 지나가면서 진열대에 놓인 반찬 접시들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 놓는다.
트레이를 통째로 올려놓으면 가격이 표시되고 핸드폰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기술의 발달이 편의성과 신속성을 놀랍게 향상했다.
경기도 광명역의 IKEA 매장에 구내 식당이 있다.
거기를 가면 돈까스가 맛있어서 꼭 먹고 온다.
IKEA 역시 트레이를 들고 지나가면서 음식을 골라 계산하는 것은 똑같다.
그러나 계산 방식은 다르다.
직원이 트레이에 놓인 음식을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컴퓨터에 입력하여 가격을 계산한다.
그만큼 줄서는 시간이 길다.
실버타운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대형 쇼핑몰 광안에 갔다.
유니클로에서 양말과 팬티를 좀 사서 계산대로 향했다.
매장에 사람이 많아 계산대에서 당연히 줄을 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계산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여직원만 한 명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기술의 발달이 역시 편의성을 향상했다.
산 물건들을 그냥 던져 놓으면 바로 계산 금액이 표시된다.
핸드폰 QR코드를 갖다 대면 계산이 끝난다.
유니클로 종이 봉투에 상품을 담아 가지고 나오면 된다.
직원도 없고 줄서는 사람도 없는 이유다.
훠궈의 본고장 충칭에 왔는데 훠궈를 안 먹을 수 없다.
쇼핑몰 입구 옆으로 훠궈 식당이 보여 그곳으로 갔다.
소고기를 부위별로 시키고 아사히 맥주를 시켰다.
묵직한 맥주 맛이 없고 색깔도 엷고 맛도 가벼웠다.
그날 저녁 그리고 그 이튿날 배가 불편하고 머리가 어지러워 고생했다.
마치 중독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식을 했나?
나는 충칭에 보름 동안 머무르다 귀국하여 건강검진부터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