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과정
나를 다독이는 힘, 꾸준함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나의 경우는 내 못남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고 치자.
당신은 자신이 만족스러운가요?라고 묻는다면, 조금 망설여진다.
누군가를 만날 때 온화한 미소로 요란 떨지 않고 나지막하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우아하다'라고 자기 체면을 걸어보지만 사실 내 안에는 참 못난이들이 많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헤헤거리며 예능을 보다가도 비수처럼 훅 꽂힌 순간이 있다.
최화정은 까칠한 적, 잘난 척 다 해봤지만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명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묘한 공감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박나래의 "비키니는 기세다!" 나는 '기세'라는 단어에 꽂혔다. 나만의 기운. 한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발산하며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기운이 잘 정리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못나고 추악한 내면의 감정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아니, 불쾌 그 이상이다.
미움, 질투, 분노, 열등... 나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애당초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런 성인은 되지 못한다. 그러니 마주해야 한다. 잘 소화하기 위해서. 이 못난이들이 응어리지지 않도록 잘근잘근 씹어서 녹여버릴 수 있으면 최선이겠다. 부글거리던 감정들이 흐물흐물 녹아 여타 기운에 스며들고 융합되기를 바란다.
손을 움직여 작업을 하는 것은 내 감정을 풀어내고 소화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작업을 하다 보면 내 안에 얽힌 실타래를 몸 밖으로 꺼내는 기분이 든다. 끄집어내다 보면 깊이 숨어있던 긍정적인 추억이 빼꼼 나오기도 한다. 뭐 대단한 작업도 아니다. 번쩍이는 아이디어라기보다 일상적인 것들을 만든다. 전혀 쓸데없는 무용한 것일 때도 많다.
그 마음이나 느낌이 닿아 누군가의 취향에 맞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주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니.
이런 과정을 거쳐 나의 못남은 작업의 결과물로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이고 못난 감정들은 나를 꾸준히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외에도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유대, 글로 남겨보기, 청소 등 여러 방법들이 있다.
이 방법들은 나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누구나 각자에게 맞는 감정 해소법이 있을 것이다. 질문해 보자.
내 못남이 해소되는 상황은 언제인지.
무엇이 나를 꾸준히 움직이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