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키우는 집
1박 2일 짧은 휴가로 물놀이를 다녀왔다. 시작은 두 딸을 위한 여름 방학 이벤트였다. 손녀들의 노는 모습도 보고 바람도 쐘 겸 친정 엄마에게 함께 가자 했다. 카라반, 바비큐, 워터파크, 수영복. 이 더위에 엄마에게 어떨라나 약간 염려스럽게도 했지만 맛있는 거 먹고 놀다오자하는 마음이었다.
도착. 아이들은 바로 워터파크로 들어가겠다고 흥분했다. 쉴틈도 없이 채비를 했다. 친정 엄마는 두 손녀와 함께 래시가드와 구명조끼를 입으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아이의 이벤트로 기획된 이 휴가는 나의 엄마와의 휴가가 되었다. '수십 년 만의 물놀이네' 하시며 예상외로 엄마는 즐거워하셨다. 구명조끼에 몸을 맡기고 유수풀 위를 둥둥 떠다닌다. 그러게... 우리 엄마 물놀이하는 모습을 내가 언제 봤었지? 전혀 기억에 없다. 늘 물 밖에서 어린 우리를 먹일 준비를 하고 있거나 나이 드신 이후에는 손녀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모습만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엄마가 물에서 논다. 또 와도 좋겠다며 아이스크림을 드신다. 엄마, 물놀이 좋아하셨네. 나의 엄마도 아직 청춘임을 보았다.
아이와 파도풀에서 놀던 중 엄마 또래의 어르신 네 분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 사이인 듯하다. 가족은 따로 안 보이고 친구끼리 오셨나 보다. 유아, 어린이가 대부분인 워터파크에서 수영복을 입으신 그녀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네 분의 할머니는 손을 맞잡고 물 위에 누워 파도풀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은 마음과 행동에 있구나 싶었다.
나에게는 함께 나이 먹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의 60-70대가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 상상 속에서 한 명 한 명 곱고 예쁜 수영복도 입혀본다. 버킷리스트 하나가 추가되었다.
만약 행복이라는 실체가 있다면 어떤 집에 살고 있을까.
친구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꿈에서 만났다고 했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셨다며 자신을 새 집에 데리고 갔는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 야경이 좋은 집이더라 했다. 재미있는 건 그 친구의 고모도 당시 비슷한 꿈을 꾸셨단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아버지_고모님의 오빠이다._가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며 어느 시골 기와집으로 자신을 데려가더라 하셨단다. 친구는, 꿈에 아버지가 나온 것도 기쁜 일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람마다 자신이 꿈꾸는 좋은 집이 모두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나의 행복이 사는 집은 어디인가. 어떤 모양인가. 어떤 색인가.
아마 마지막까지 완성작은 아니지 않을까.
분명한 건 나의 행복이 잘 살 수 있도록 계속 꿈꾸고 쌓고 무너뜨리는 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