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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AM.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거실에 나와 앉았다.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일요일 아침이었다. 무안 공항에서 여객기 사고가 났다. 태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금 나는 아무래도 그 탓에 잠을 못 이루는 것 같다.
사회에 큰 사고가 일어나면 심정적 영향을 받는다. 나이가 늘수록 개인의 사회적 공감이 커지는 걸까. 아니면 현 사회가 과거에 비해 더 밀도있게 링크되어 있어서일까. 잠이 들지 못할 정도라니.
최근 수년간 있었던 참사들은 마음에 상처를 남겼고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육아, 이상 기후, 대자연, 운송수단에 대해 염려와 공포가 생긴다. 우리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윤석열 대통령은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했다. 온 국민을 불안의 구렁텅이 집어넣었고 이후로 정계는 연일 우리 속을 썩이고 있다. 복장이 터지고 이해가 안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의 연속이다. 하나 이 문제에 있어서는 거리로 나가든 뉴스를 보며 쌍욕을 박든 죗값을 치르게 하든 이 상황을 풀어나갈 일말의 방도라도 있다.
그런데 어제의 일은 다르다. 다른 기분이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얼마나 참혹하고 가혹한가. 하나의 대형 사고 이전에는 만 개의 작은 메시지가 있다는데...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놓친 것일까.
이런 뉴스에도 두 아이는 주말을 즐기고 있다. 그들 모두에게 마찬가지인 주말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즐거운 아침이었으리라. 무엇을 할 수 있나. 뉴스를 보다가 유가족들의 사연에 기사 읽기를 포기했다.
남은 분들의 가슴을 치는 모습이 마음에 남아 답답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기억을 없애버릴 수도 없이 우리 모두는 사고 앞에 무력하다. 마지막 순간의 공포가 상상되어 슬프다. 그리고 두렵다. 이 두려움이 내 삶에 대한 집착에서 나오는 두려움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마음 다해 그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 고통의 순간이 짧았기를, 남은 분들이... 밥심이라도 잃지 않기를. 우리의 일상이 평범한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비할 수 없는, 생채기 조금 난 나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예전에 들은 불교 말씀을 떠올려본다.
길바닥에 자라는 풀 한 포기가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자라지 않는다. 욕심낼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본디 삶은 의미가 없다. 두려움에 갇혀 아무것도 안 할 것인가. 그저 자연의 관점에서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이치이니 떠나는 그날까지 살아보자 하는 것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게 그냥 삶인 거다.
6:25 AM.
한 시간 뒤면 나가야 한다. 올해가 하루 남았다. 연말은 위로의 마음을 더해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