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여름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일까요?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둘째 철. 봄과 가을 사이이며, 낮이 길고 더운 계절로, 달로는 6~8월, 절기(節氣)로는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를 이른다.’ 사전적 정의는 참 긴데, 체감되는 여름은 왜 이리 짧은지 아쉬움이 많은 계절입니다.
여름은 사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계절이에요. 폭염과 장마, 땀으로 인한 불쾌지수로 다른 계절에 비해 고통스러운(?) 계절이죠. 그렇지만 제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계절은 여름이랍니다. 온 마음으로 여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장마가 오면 뜨거운 햇살을 맛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검정치마와 zunhozoon의 노래를 즐겨 듣습니다. 왜인지 비가 올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 같아요. 지금도 이 노래를 듣기 위한 여름만 기다리며 살고 있어요.
여름이 대체 왜 좋은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라고 하면 주변의 눈빛과 반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라는 듯한 얼굴을 하고 이유를 묻던 사람들. 여름의 장점만 이야기하자면 2박 3일을 꼬박 새울 수 있을 정도로 말할 거예요.
살결 위로 스쳐 가는 그 뜨거운 빛들이 에너지를 주고, 푸르른 나무들이 춤출 때 활기를 얻고 괜히 신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또 날씨를 핑계로 자꾸만 누군가의 얼굴들이 보고 싶고 궁금해지는 마음이 가득한 여름입니다.
셔츠 하나 들고서 길을 거닐다가 시원한 커피도 마시고 해가 지면 야장으로 달려가 술 한잔을 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모르는 건 덤이고. 신비 복숭아도 부지런히 먹어줘야 합니다. 또 새벽에 당장이라도 나가 떠나기도 쉽고 푸르스름한 새벽 공기와 눈맞춤 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계절의 특별함이죠.
낮이 가장 긴 나의 여름
저는 하지에 태어났어요.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하루예요. 학창 시절에는 늘 시험 기간이라 제 생일이 너무 싫기도 하고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느 순간 1년 중 낮이 긴 하루에 생일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괜스레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은 것 같아서 이제는 온 마음 다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올여름 하지에는 또 어떤 일들이 생겨날까요?
여름의 단점
여름의 치명적인 부분이 있다면 아마 밤새워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진다는 건데요 왜 이렇게 저는 여름만 되면 솔직해지는지 이 계절의 힘을 빌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부작용을 겪습니다. 뭐 후회는 해본 적 없고 왜 이렇게 들떠있었을까 생각하며 웃어넘기게 되었죠.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여름이라는 핑계로 고마움을 전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어지는 날이에요.
제 인생은 여름에서 시작되었고, 여름에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만큼 여름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는 계절입니다. 여러분들만의 소중한 계절이 있나요? 그 이유가 뭔지, 어떤 추억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 추억들은 여름에서 흐르고 있답니다. 조금 이르지만 올여름 무더위 조심하시고 물도 자주 드시고 건강하고 뜨거운 여름 되길 소망합니다. :)
다가오는 계절에 설렐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