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눈치게임 시작!
뜨거운 열기는 사라지고 선선한 공기가 맴도는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이 오면 유독 텐션이 떨어져요. 여름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가을’이라는 여러분의 기준은 어떤 건가요? 낙엽이 물들 때거나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을 마주할 떄일 수도 있겠네요. 저에게 가을은 입추로 결정되고 시작됩니다. 입추란?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는 8월 8일에 찾아오는데요 더위가 차츰 내려앉고 시원해지는 시기이지만 요즘에는 여름이 길어져서 입추에도 살짝 더운 감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에게는 섭섭한 계절이 왔음을 깨닫곤 합니다. 입추에도 왜 이렇게 덥냐며 저에게 하소연하는 주변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저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죠. “처서까지 기다려야 처서 매직에서 진짜 가을이 되는 거니까 참아봐.” 처서 매직 들어보셨나요?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처럼 신선한 가을을 맞게 되는 절기예요. 정말 늘 신기하게도 8월 22일쯤 처서가 지나자마자 시원해지더라고요. 늘 절기의 신비로움과 지혜에 감탄합니다.
가을이 좋을 때도 있지
짧고 가벼운 옷들에 손을 놓고, 산들거리는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옷들을 주워 담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건 저에겐 꽤 울적한 일이지만 가을은 물 멍때리기 참 좋은 계절이에요. 가을 청계천과 한강은 제가 사랑하는 장소랍니다. 일기장을 들고 청계천에 가서 앉아서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과 소란스러웠던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일기를 쓰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컴퓨터의 “휴지통 비우기”처럼 모든 걸 다 비워내고 온답니다. 가을은 우리를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하루하루 부지런히 가을을 느껴야 합니다.
짧은데 할 게 너무 많아
가을에는 큰 이벤트들이 너무 많아요. 그중 최고는 대하 축제와 전어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철 음식을 먹어줘야 그 계절을 잘 보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여전히 새우까지는 귀찮지만 그런데도 새우를 먹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대하를 보내고 가을 전어를 먹기 위해 눈치싸움을 시작합니다. 내돈내산 후기도 찾아보고 어느 가게를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전투적으로 인터넷 속으로 다이빙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막판 스퍼트
가을의 뒷장에는 겨울이 기다리고 있죠. 겨울은 연말이고 가을은 연말 전까지 힘차게 달릴 계절입니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초조해하지만 추석이 있으니까요. 매달 추석처럼 명절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열심히 일하고 다시 쉬고 그런 일상들이 있으면 더 행복할까요? 짧게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일상의 소중함도 얻고 다시 시작할 추진력을 충전할 수 있는 거겠죠. 이렇게 가을은 크게 한 번 숨 돌리고 연말까지 힘차게 달려 나갈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체감상 가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입어도 되나? 하는 옷을 눈치를 보다가 추워져서 입지도 못한 가을옷도 쌓여가고, 시간도 속절없이 흐르고요... 부지런한 사람만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계절 ‘가을’입니다. 여러분들의 2024년의 가을에는 부디 선선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날이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계절에 설렐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