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옆테이블에서 여직원분들이 도시락을 드셔서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다.
오늘도 닭가슴살 도시락을 들고 왔다는 얘기, 새로 나온 닭가슴살 소시지에 대한 맛 평가, 2개월간의 PT를 받았는데 1kg을 감량했다는 얘기, 고통스러운데 감량은 없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그런 고민 얘기들, 그리고 문제의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는 얘기가 들렸다.
걷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
천천히 걷는 것은 다이어트에 비효율적이고 효과가 낮다.
걷기는 심박수 100-110 bpm 이상이 되도록 힘차게 걸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의사 선생님이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설렁설렁 걷는 것으로는 적절한 운동의 심박수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산책하다가 그 자리에서 멈추고 심박수를 측정해 봤다. 114 bpm이다.
머리가 아파온다
오늘은 만 육천 걸음을 걸었다. 13km를 걸었고 849kcal를 소모했다. 설렁설렁 은행, 병원, 도서관, 산책로를 걸었고 왜가리 구경,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난 운동이 되는 것 같은데...
다이어트 연재가 남긴 것에 썼듯이 간헐적 단식과 설렁설렁 산책하는 것으로 체중을 감량했다. 22주간 40.7kg을 감량했고 지금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진 않지만 6.9kg 더 감량했고 85-86kg 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설렁설렁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닌 걸까? 다이어트에 효율적이지 않은 걸까?
나에겐 괜찮은 운동이다
만약 내가 운동을 시작한 시점에 '걷기는 운동이 아니다. 다이어트 효과가 낮다. 비효율적이다'는 얘기를 들었다면 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누군가에겐 그것이 전부일 텐데...
히키코모리였던 나에겐 사람이 없는 새벽녘, 어두운 트랙을 천천히 걷는 것이 전부였다. 허락된 유일한 단 한 가지, 꾸준히 할 수 있고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운동이고 자기 계발이며 명상이었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전부일 수 있다. 강조하기 위한 과장과 비약인거란 걸 안다. 하지만 그것에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조금은 사려 깊게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선의'란 방패가 왜곡의 결과를 책임지진 않는다.
- PT와 닭가슴살로 연명하는 생활을 하시는 여직원분도 어쩌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은 돌아온다'는 왜곡과 공포에 조장당하고 계신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