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결핍으로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에서야 비로소 삶의 안정감을 느끼는 작가 내면에 존재하는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은 작가를 여행으로 이끈다.
<여행의 이유 - 김영하, 2024>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조금씩은 다른 모습. 우린 모두와 다르기에 평범하다.
작가의 '다름'에 대한 고백은 성공한 유명 작가란 구분점을 없앴고, 어딘가 결핍되고 부족한 인생을 살아내는 나와 같은 여행자로 친숙함을 주었다. 이 고백이 있었기에 작가의 인생론과 여행론이 마음에 스며들 수 있었다.
경험은 우릴 이끌고 프로그램을 만들며 프로그램은 다시 우릴 경험으로 초대한다. 경험은 뜻밖의 만남과 우연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평소와는 다른 색색의 감각과 감정, 생각의 씨앗들이 내면에 심어진다. 그렇게 '길 위의 나날'들은 우리를 만들어 낸다.
우린 성원권에 대한 욕구가 있다. 환대받기 위해 사회가 배척하는 다름을 숨기거나 거세하고 요구되는 의무와 책임, 기대에 부흥하는 것으로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보낸다. 기대에 부흥하는 나날들은 진실한 나를 사회 가치에 착실히 물들인다. 이윽고 사회가치와 나를 구분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인생을 전체의 일부가 되는 시간들로 채우는 것에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여행을 떠난다. 디딤발을 지지한 채 슬며시 다른 발을 내뻗는다.
여행은 현실에서 떠나는 홀가분한 행위지만, 환대받는 따뜻한 곳, 소중한 곳, 일상의 나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기도 하다.
우린 인생이란 여행길에 서 있다. 인생에서 돌아오는 길은 때때로 예정할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이란 여행의 종착점이 눈앞에 다가설 때 내가 인생여행에서 거둔 것은 무엇이 될까? '돌아올 소중한 곳'은 무엇이 될까? 물음을 던져보며 책을 덮었다.
- 에피소드에 생각을 덧댄 뒤 여행론/인생론으로 이어간 에세이 엮음집입니다. 인생을 닮은 여행, 여행과 같은 인생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책입니다.
- 인생 이야기는 무겁고 고루하기 쉬운데 작가의 싱거운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생각, 흥미로운 책의 인용이 적절히 버물려져 가볍고 경쾌하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 보여주기 위한 여행(SNS)은 주객이 전도된 부정적인 면이 강조될 때가 많은데 순기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에겐 그런 여행이 필요한 여정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회에서 그런 여행이 요구되는 이유(보여주기, 과시 이외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