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소나무 아래 요가데크 짓기
작은 리트릿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크네에서 머물며 중점적으로 하게 된 일은 야외 요가데크를 짓는 일이다. 가든이 있긴 하지만 현재 집중해야 할 업무가 건축일이라서 우리도 건축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도 곧 작은 집을 짓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요가데크'라고 부르는 곳은 추후 요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워크숍, 공연 등 사람들이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필지의 가장 꼭대기에 두 사람이 양팔로 안아도 다 안기지 않는 큰 소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를 뱅 둘러 데크를 설치하고 있다. 데크에 쓰일 나무들은 이미 다 재단되어 있고, 우리는 그 나무들을 받칠 주춧대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건축을 할 때 이미 만들어진 주춧돌을 사용해서 기초를 다지는 걸 많이 봤는데, 이렇게 하나씩 일일이 만드는 것이 신기했다. 추측컨대, 데크를 올릴 땅이 모래땅이라 기초를 깊게 하기 위해 직접 하는 것 같았다.
일단 위치를 잡고 흰 가루로 표시를 한 후 땅을 파는 기계로 50센티정도 판다. 나무가 워낙 커서 땅을 파다가 뿌리가 잘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는데, 그 뿌리 중 하나는 내 허벅지만큼 두꺼워서 원형톱을 이용해서 잘라내야 했다. 구멍을 뚫고 나서는 물을 뿌리고 시멘트 반죽을 넣는다. 시멘트 반죽은 모래, 시멘트, 자갈을 물과 함께 섞어 만드는데 반죽통에 시멘트 가루를 넣을 때 가루가 엄청 날렸다.
‘아니, 이 시멘트 반죽 기계가 이곳에도..?’
스페인 곳곳을 다니며 공사현장이 아닌 가정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쓰는 걸 몇 번 본터라 이곳 사람들은 건축 일에 익숙하구나 싶었다. 완성된 반죽은 꽤나 무거워서 나를 때 무게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옮겼다.
일의 순서는 대략 이러했다. 구멍에 시멘트 반죽을 넣고 지상부는 틀을 대고 붓는다. 반죽의 중심에 철근 막대를 꽂아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완전히 마르면 시멘트 모양 다듬는 작업이 어려워져서 반죽을 붓고 대략 열두시간 안에 반죽 틀을 빼고 물기를 머금은 스펀지로 모양을 다듬는다. 이렇게 원하는 모양이 무엇이든간에 뭐든 만들 수 있는 시멘트라는 재료가 친근하면서도 직접 만져보긴 처음이라 신기했다. 문득 내가 평소에 익숙하게 쓰고 있는 온갖 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 지붕의 문제점은 송충이였다. 겨울에는 추워서 나무 위에 살고, 따뜻해지면 내려오는 송충이가 기후변화로 봄이 왔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이 송충이에 물린 적이 있는 제이크와 그 주변 친구들은 물리면 피부가 매우 간지럽다며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송충이들이 떨어지거나 내려와서 옷에 붙으면 물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작업할 때 언제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긴팔 긴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제이크는 물리적 방제를 선택했다. 소나무 기둥에 막을 치고 틈을 모두 막아 송충이가 내려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설치를 하고 다음날 가보니 방제막에 송충이 무리가 이도저도 가지 못하고 한 곳을 맴돌고 있었다.
요가데크는 소나무가 자연스러운 지붕역할을 하고 바닥만 짓는 일이지만 일층짜리 건물을 지어도 괜찮을 만큼 기초공사에 공을 들였다. 기초공사는 예전에 생태화장실을 지을 때도 느꼈지만 언제나 수평과의 싸움이다. 얼마나 평평한가? 작은 각의 차이로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종 크기의 수평계를 활용해 'even'한 지 수백 번 체크를 했다. 이 작업 때문에 작업속도가 더뎠다. 과연 얼마만큼의 진전을 보고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