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고 싶을 때
글쓰기에서만큼은 "능동태를 사랑하라"라고 배웠다. 능동태의 글쓰기란 주어가 직접 행동하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나는 글을 쓴다." "드디어 완성하였다"라는 표현이고, "글이 써진다" "드디어 완성되었다."라는 수동적 표현이다.
능동태로 글을 쓰면 생동감 있고 맛을 살린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에 수동태 말고 능동태로 쓰라는 거다.
대화의 기술에서는 반대다. 수동태 대화법이 상대를 설득시키는 힘이 있다. 이유는 주체를 불분명하게 하고, 행동이 중요하지 않은 듯한 표현이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이해시킬 수 있어서이다.
예를 들면 "물건이 사라져 있었다."처럼 행위자보다 결과나 상태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논쟁에서 감정을 빼고 일어난 상황만을 문제 삼으면 상대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 신뢰와 호감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다.
수동태를 사랑하라-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남편과 둘째 딸아이는 가끔 "누가 내 과자를 허락도 없이 먹었는가."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일방적으로 딸아이의 과자를 남편이 먹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쪽은 "허락 없이 먹으면 안 된다."이고 한쪽은 겨우 과자인데 "아무나 먹고 다시 사면되지 않겠냐."이다.
"아빠가 내 과자 또 먹었어요? 허락도 없이 매번 내 과자를 먹어버리면 어떡해..."
" 굳이 허락받고 먹어야 하니? 치사하게."
"치사? 지금 치사라고 했어요? 아니 잘못은 누가 했는데 내 잘못인 것처럼 말씀하시네."
" 언제라도 살 수 있는 과자인데 다시 사면되지."
"그러니까요. 언제든 사 먹으면 되지. 내가 사놓은 과자를 왜 주인 허락도 없이 먹냐고요."
사소한 과자 한 봉지가 감정싸움으로 번진다.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어서 두고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결과는 둘 다 감정만 상한 패배자다. 남편이 과자를 한 보따리 안겨주어도 딸은 뾰로통하다. 먹은 과자가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는 것이 딸의 생각이다.
이럴 때 수동태의 대화로 설득해 보면 어떨까?
"과자가 또 없어졌네? 누가 먹었지?"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말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남편은 콕 집어 "아빠"라고 말하지 않은 배려를 알아차렸을 것이고, 사과하며, "다시 사다 주마."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친구나 동료, 가족의 잘못을 덮어주고 싶을 때는 수동태의 대화법을 쓰면 효과적이다. 물론 잘못을 사과할 때는 적극적인 능동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볼륨을 높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은 무시당하는듯한 느낌을 받으면 더욱 화가 나게 마련이다. 딸이 "과자가 없어졌네?" 했다면 남편은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자신에게 대화의 주도권이 생기는 거다. 모른 체할지. 사과할지를.... 결국 모른 체하기엔 너무 뻔하니까 사과를 선택했을 것이다.
글을 쓸 땐 능동태로, 상대와 싸우지 않고 이기고 싶을 땐 수동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