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숲을 걷는다.
비 오는 오후,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고요 속에 잠긴다.
숲은 조용하고
나는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툭! 후드득! 들리는 건 비비추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도시의 소음은 희미하고, 오직 자연의 언어만 남는다.
젖은 산사나무 잎에서 느껴지는 생명력, 카랑코에 꽃잎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
비와 나무와 숲만이 세상의 전부. 고독하지만 충만하다.
깊은 위로. 숲은 그저 존재함으로써 행복을 준다.
나도 누군가에게 숲과 같은 존재이길 바라본다.
고요한 평화와 위로를 주는 사람. 묵묵히 함께 해주는 사람.
문득 깨닫는다. 어쩌면 나도 이미 누군가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