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찢어 질라.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감, 가지마다 붉다. 이 집 저 집 앞다투어 익어간다.
해마다 마주하는 가을이지만 연인처럼 설렌다. 해를 본 강아지처럼 반갑다.
이미 봄부터 꽃으로 왔었다. 여름의 밤하늘을 지나 색색의 옷을 입었다가 벗고는 빈 가지만 남기겠지.
변화하는 계절을 보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까.
인생도 계절이다. 때로는 지루했고 가끔은 특별했던 일상, 똑같은 날 없어 살 만했다.
행복은 풀처럼 어디에나 있는 거라 애써 믿으며,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를 꿈꾸며,
부서지고 어긋나는 하루여도
계절이 바뀌듯 다른 시간이 온다는 걸 알기에,
어김없이 오는 계절을 믿듯
나를 믿으며 살아냈다.
오늘도 하늘은 높고 낙엽 붉으니
살 만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