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전화벨이 울린다.
"나 집에 가고 싶다. 집에 데려다줘."
구순 노모의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에 남편은 그만 넋이 나간 듯하다.
어머님은 일평생 살았던 고향의 시골집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을 만큼 아픈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늙은 몸과 어린아이 같은 정신. 가까운 병원과 돌봐줄 사람 있는 이곳밖에 계실 곳이 없다.
서울 형님 집에 계시는 어머님은 날짜와 계절을 점점 잊어간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시공간을 구분 못 하신다. 하지만 당신이 계신 곳이 고향의 내 집이 아닌 것만큼은 알고 계신다.
어제도 오늘도 "00야, 나 집에 언제 데려다줄 거냐." 실낱같은 끈을 놓지 못하고 휴대전화 속 막내아들의 단축 번호를 붙잡고 있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남편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당신이 살던 세상은 이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할 수 있는 건 매일 막내아들에게 전화하는 것뿐. "집에 가고 싶다." 그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막내아들은 술잔으로 죄책감을 견딘다.
어머님의 전화를 받은 날엔 남편은 잠을 자지 못한다. 뜬 눈으로 아침을 맞는다. 팔을 이마에 올리고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신음 같은 한숨을 뱉는다.
사는 게 참 공허하고 덧없다. 한때는 아버님 돌아가시고 혼자 몸이어도 참으로 당당했었다. 이제는 도움 없이는 한 발자국도 현관문을 나서지 못한다.
나도 앞날이 두렵다. 내 아버지도 그랬고, 지금의 어머님이 그렇듯이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시간을 맞닥뜨리고야 만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짧은 산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 오고야 만다. 주체적으로 살 수 없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마주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 더 비우고 더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되는 연습이다.
어머님의 전화 이후 창문이 밝아지는 걸 보고 있다. 목이 아프고 침이 삼켜지지 않는다. 감기가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