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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빛나 Oct 28. 2024

24. 독서법 보다 중요한 것

나만의 독서법대로


누구나 독서 습관이 있다. 나에게도 유년 시절의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다. 내용이 어려워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은 읽다가 덮고, 쉬어 읽을 만도 한데, 페이지를 열면 고지식하게 끝까지 읽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내용이 지루하거나, 이해 못 하는 부분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읽고,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단어 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읽었다. 지금도 몸에 밴 습관이 남아 있는 듯하다. 단순하고 고지식하게 책을 읽었을 땐 '책을 읽는 방법이 딱히 있으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독서가들의 남다른 독서법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미디어를 통해 '개미 박사'로 알려진 최재천 교수의 독서법을 들은 적이 있다. 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 전문가이지만 대단한 독서가였다. 독서에 대한 깊은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책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분의 독서법이 흥미로웠다. 독서의 이해도를 높이고, 내용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소리를 내 책을 읽는다고 했다. 독서의 즐거움과 효과가 배가 된다는 말에 나도 소리를 내 읽는 독서법을 따라 해 보았다. 웬걸 비법 같은 독서법인데도 불구하고 소리를 내니 집중이 안 되고 내용이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는 맞지 않는 것인가 보다'하고 포기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독서법을 따라 하려면 몇 가지의 공부가 더 필요했음을 알았다. 첫 번째는 주변의 소음이 없어야 하고, 너무 어려운 책보다는 쉽고 재미를 느끼는 책으로 시작했으면 좋았을 터다. 또한 너무 빠르게 읽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읽어보는 연습이 필요했었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꾸준히 소리를 내 읽는 연습을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을 간과했다. 좀 더 깊이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휴일에 단단히 마음먹고 밀린 독서를 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었다. 김지수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죽어가는 스승 곁에서 삶의 진실을 듣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병원에서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은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대답이 의외였다.


"의무감으로 책을 읽지 않았네. 재미없는 데는 뛰어넘고, 눈에 띄고 재미있는 곳만 찾아 읽지. 나비가 꿀을 딸 때처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책이 법전인가? 재미없으면 던져버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재미없는 부분마저도 끙끙대며 고지식하게 읽었던 내게 "너 더 이상 고민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어령 교수님은 재미있는 곳은 닳고 닳을 때까지 읽는다고 했다. 결론은 독서는 개인의 경험과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그러니 누구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좋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재미있는 부분만 찾아 읽어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거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읽느냐'가 아니라, 읽고 나서 '어떻게 삶에 적용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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