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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Jul 14. 2024

고양이 휴가병

드디어 우리 말랑이가 휴가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엊그제 치명적인 신체적 특징이 발칵 나는 바람에 <미스코리아 냥 선발대회 진>의 왕관을 자진 반납했던 말랑이가 군인으로 변모하여 강철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유격훈련을 무사히 끝내고 군인냥이로서 맡은 바 훈련에 성실하고 다른 냥이들에게 사기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대대장님의 선물이라며 초코파이 한 상자와 요구르트 4줄을 포상으로 받아서 가져왔네요.

오자마자 잠이 부족한지 계속 잠만 잡니다. 적군이 쳐들와도 모를 지경입니다. 아무리 불러도 눈도 못 뜨고 기절해 있네요. 인사불성이 되어 밥만 먹으면 퍼 자는 게 일입니다. 아니. 대한민국의 군인 냥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군기가 빠져도 너무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집사 눈에는 쓰러져 자는 것도 꽃미냥답게 멋져 보입니다.


휴가를 나오니 금이야 옥이야 곱게 키운 외동아들 티가 팍팍 납니다. 얼마나 훈련이 힘들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집이 제일이랍니다. 집사가 차려주는 집밥이 최고라고 하네요.

 말랑이가 아주 강철 사나이가 된 것 같아 집사는 밥을 먹지 않아도 흐뭇합니다. 집사가 글을 쓰고 있는데도 껌딱지처럼 붙어 있네요.


담장 너머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답니다. 츄르 한 사발과 닭가슴살을 놓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말랑이가 다시 부대로 복귀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군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답니다. 그럼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갔느냐? 고 물어보니 누가 저기 올라가면 예쁜선녀냥이가 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올라가 보니 아무도 없었답니다. 정말 속았답니다. 다시는 올라가기 싫답니다.  내려오는데 너무나 무서워서 오줌까지 지렸답니다. 지금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고 하네요. 총 대신 국자를 들고 요리를 배우고 싶다네요. 집사 옆에서 꽁냥꽁냥 놀고 싶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대대장님한테 못 들어간다고 전화할까요? 귀때기를 잡아 끌고 부대까지 데려다 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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