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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Feb 23. 2024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보가 기가 막혀 (버전으로 감상)

(전주의 소리꾼, 차복순 명창의 소리로 감상허시겄습니다)


옛날 옛날 한 옛날,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에, 아~~ 저기 저 천년고찰 월출산 토깽이들이 이 골짝 저 골짝으로 팔딱팔딱~ 뛰 댕기며 니 잘났거니 나잘났거니 찌그락 짜그락 모여서는 한양 저자 거리에서  박식하기로 소문난  00스님을 모셔다가 부처님 공부를 배우고 있었겄다. 대체 어느 한날, 무슨 바닷 바람이 불었는지 아, 나룻배를 타고서 뱃놀이를 떠났는디, 자갈자갈 모두 다 신이 나서는 소리 한 자락들을 불러 제꼈겄다.

    

(어기야 디여차~~어기야 디여~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어기야 디여차 노를 저어라~어기야 듸여어차~뱃놀이를 떠나보세~ 어이허면 잘논손가. 젊어 청춘엔 일 많이허고~늙어지면서 놀아보세~ 어기야 디여차~)   

  

분명 배를 저어 갈때는 바람도 좋고 하늘도 좋았는디 난데없이 옘병떔병, 재수가 없으려니 ‘우루루쾅쾅, 번쩍번쩍, 촤르르르, 철썩철썩, 번개가 치고 파도가 치는 바람에 나룻배가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겄다.

    

(아이고~~오매~나 죽소~아이고 오매~~앞날이 구만리 청춘인디~~~내 신세 기구하여~ 물고기 밥이 될 신세이네. 지금 죽기는 너무~억울하오.

어떤 놈은 팔자 좋아 ~ 장가를 세번이나 갔다는데 ~내는 한번도 ~못 가보고~ 어떤 년은 팔자 좋아 뱅기타고 유럽여행 갔다는데~  이네년은  망망대해 물귀신이 될참이네. 어허~~어흐으~

~어흐흐~어러러~~ 나는 갚을 돈은 없고~~ 빌려준 돈만 수억인디~~그 돈도 못 받고 ~ 바다에서 죽게 생겼으니 ~~아이고~절통하고~또 절통혀라. 이리는 못 죽겄소~~ ~용왕님~ 한번만 살려 주이소~ ~비나이다~비나이다~제발 살려만~주이소~~~)  


   어따~토깽이들 거동 좀 보소. 거친 물살에 이리치고 저리치고, 신발짝이 떨어져 나가고, 옷들이 훌러덩 벗겨지고, 이리 엎어지고 저리 엎어져서는 차마 두 눈뜨고는 못볼 형상이라.  다 죽어가는 마당에 별 말들을 못할까마는 아니 장가 세번간것이 무슨 자랑이며  빌려준 돈 못 받은것이 억울하다는 찌질이 토갱이들을 보니 흥보가 기가멕혀 가 아니라  참말로 용왕님이 기가멕히고 말았드라. 그래도 쪼매나마 ‘마하 반야 바라밀다....’ 부처님 법을 배운 선근으로  파도를 쉬게 하야 가까운 무인도에 배를 몰아 포도시 쉬게 하였겄다. 육지에서는 방구깨나 뀌는 것들이  바닷물을 쿨럭쿨럭 토해내며 널부러져서는, 굶어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디.

     

(어~~어~~화~벗님네들~내 말 듣소. 어~~어~~화~벗님네야~힘을 내소.

우리덜이~~ 힘을 내면~ 나라도 세울수 있으니, 어서들 ~일어나소. 호랭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했으니~~어흐흐~어러러~ 각자 재주를 부려~~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구해~~이 무인도에서~ 정 붙이고 살아가 봅시다그려~~~)

    

축 늘어진 토깽이들을 대장이 일으켜 세우니, 붕어맹키로 나 죽었소, 뻐끔뻐끔 입만 벌리고 있던 토깽이들이 모래를 털고 일어나 나무를 구해오고 기둥을 세우고 바나나 잎으로 지붕을 얹으니 새집이 뚝딱하고 지어져 버렸것다.

    

(한 토끼는 고기들을 낚아 오고~ 토끼는  열매 찾아 캐어 오고~  토끼는  흙을 구워 그릇 굽고~얼쑤~~깨개깽깽.

 토끼는 약초 구해 치료하고~다섯 토끼 물을 찾아  길러 오고~여섯 토끼 나뭇 가지 모아 오고 ~얼쑤~~깨개깽깽.  


일곱 토끼  나물을  무쳐 내고~여덜 토끼  피워서 고기 굽고~ 아홉 토끼 상 차려서 준비하고~얼쑤 ~깨개깽캥. 토깽이들  깡총깡총 신이 나서 강강수월래~얼쑤~~깨깨케캐~깨개개깽캥. )  


월출산 토깽이들이 뱃놀이 한번 나왔다가 폭풍에 뒈질뻔했건만 무인도에 정착한지도 어언 수십여년이 흘렀겄다. 이든이고 진핑이고 나발이고 정은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잡것들이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아무 관심도 없고 낮에는 무인도를 개간하고, 밤에는 그 옛날  토깽이 시절에  배운 공부를 알음 알음 기억하여 글 공부를 하며 한 세월을 잊고 있었는디.


(재주 많은 토깽이가~ 바위에  정성 들여~ 마애불을 새겨두니~~항해하는 어선들이 소원 빌러  찾아 오고 ~얼쑤~~깨개깽깽. 아침에는  해삼 멍게  갈아 넣은 전북 죽으로 입가심 허고~ 점심 에는 문어 낙지 탕탕에다~ 랍스터 구이로 해결허고~얼쑤~지화자 깨개갱깽. 저녁에는 모래가에 둘러앉아  ~바베큐를 구워내며~ 쐬주 한잔 쭉 걸치며  달멍 별멍, 불멍 바다멍~~얼쑤 ~좋다~ 깨깨깽깽.


 영어 허는 토깽이가 지나가는 선박들과 오만것을 맞바꾸니~ 이십딸라~사백 딸라~오만 딸라~십만 딸라~허억 천만딸라~ 깨깨깽깽.

지나는 게 새끼들도 딸라 물고 게발 새발 기어 가니  소문들은 아랍왕자 바이어들  문전성시 대박났네ㆍ얼쑤~지화자 깨깨케캐 ~~깨개개 깽깽.)


개미 새끼 하나 없던 무인도에 윌출 토깽이들이 지상 낙원을 건설하여  글로발 무역 왕국을 맹글어 놓고보니  이들을 당해낼자 천하에 없다 하얐으니, 가히 이름하야, 이 무인도를 불 국토의 정토, '정토나라' 라~~~ 칭하였다고 전해진다 하더~~~이다. 깨깨케깨~깨개개~~~캥캥~~~~~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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