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종사자 입장에서 바라본 서평
내 직장 경력을 되돌아보면 공통점이 꽤 많다.
1) 스타트업이다.
2) 창립 멤버로 시작해 2년 안에 조직의 2인자가 되었다.
3) 미디어 회사다.
4) B2B 비즈니스 사업이다.
5) 클라이언트가 대기업, 기관이다.
나는 새로운 시작의 여정에서 '하나씩 만들고 구축해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미래를 알 수 없고, 대기업보다 더 불안정할 수 있지만 나는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창업멤버가 되고 싶다. 가능하다면 내 기업, 내 조직을 차리고 싶은 게 나의 꿈이다. 그래서 요즘 분야별 책 10권을 읽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나는 내 관심사가 되면 지식과 경험을 싸-악 빨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I(내향형) 특성이 있어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고도화해 나가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더 깊이 있게 흡수한다. 요즘에는 마인드맵으로 책 내용을 나만의 관점과 생각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있다.
인풋, 필터링, 아웃풋 까지 3단계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한 달에 많은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미래 1인 기업을 준비하게 된다.
오늘 내가 소개할 책은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이다. 이름이 참 길고 입에 감기진 않지만 (ㅎㅎ) 리뷰가 굉장히 좋았다. 브런치 대상 수상작이고 '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 가이드 저서'이자 '저자의 지식과 경험'이 온전히 묻어 있는 꿀팁 대방출 저서라 할 수 있다.
이미지, 그림 조차 없이 모두 텍스트로 적혀 있고, 목차는 '마음을 보다', '전체를 보다', '업무를 보다' 등등.. 내용이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첫 인상은 별로(?) 였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에 빼곡하게 받아 적었다.
저자는 브랜딩을 조직 운영 전반 차원에서 넓고 깊게 반영되는 관점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업무 분장, PPT, CS, 창고 정리 등등 실무 차원의 가이드와 다양한 경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었다. 일부 리뷰를 보니 작은 조직/브랜드 운영 가이드 서적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기업 운영이 곧 브랜딩이다'라는 게 저자의 핵심 메시지이지만, 당장 1인 기업을 창업하거나 조직의 브랜딩/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면 필요 없거나 어떤 것은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초반에는 브랜딩/마케팅 초보자 대상의 내용이었다가, 어느 부분에서는 팀장/관리자급, 또 어떤 부분에서는 초보자로 돌아와서 너무 왔다갔다 한 느낌이 있었다.
이건 사람마다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니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조직 운영에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들을 던져줬다.
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릴스가 확 뜨기 시작하면서 팔로워 수가 정체기에 이르렀다. 이 때 막연하게 들었던 생각은 '브랜딩을 다시 해야 하나?'였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가 회사의 미래 사업을 논의할 때 '브랜딩을 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조직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그 원인이나 해결책을 브랜딩에서 찾았다.
이 책은 브랜딩이 조직이나 매출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이 아니라고 말했다. 브랜딩은 '하고 있는 일에 색깔을 입히는 것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지금 업무, 운영 방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내 언어로 재정리한 것)
스타트업에 종사하다 보면 매 순간 마다 시스템이 바뀐다. 콘텐츠 생산이 주 업무다 보니 우리는 재택근무 중심인데, 관리자/대표가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니 매일 아침마다 업무 계획을 간단히 써서 올리기로 했다. 중복 콘텐츠를 작성하게 되거나 콘텐츠 퀄리티가 떨어졌을 때도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시스템을 바꾸기도 했다. 조직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 그리고 기업 운영/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 역시 브랜딩의 과정이라는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미디어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발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된다. 특별한 브랜딩이 필요없어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막연하게 '도움이 되겠지'하는 것과 소비자 입장에서 '어려움이나 고민을 먼저 짚어주고 해소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을 개선해주거나 둘 중 하나를 원한다. 콘텐츠의 가치는 여기에서 달라지는 것 같다.
내 채널의 팔로워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유인 것 같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바를 내가 충족시켜줬을까? 라고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막연하게 도달율을 높이기 위해 1일 1게시물/릴스 하기 위해 양적 기준을 아직도 들이대고 있다.
저자는 브랜딩은 '필터/모드 설정'이라고 말했다. 필터가 있어야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분류되기 때문이다. 내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필터와 기준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브랜딩을 통해 만들어진다.
챕터 3. 업무 파트에서의 브랜딩 내용은 '내 이야기'인줄 알았다.
작은 조직들은 업무 체계가 없이 일단 사람들이 모여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내야 한다. 그래서 업무 분장이나 범위가 꽤 모호했다. 예를 들어서, 'A에 대한 아이디어와 간단한 내용을 엑셀시트에 적어 주세요'라고 하면 그냥 막 던지는 수준/아무말 대잔치 등등 기획안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일의 책임, 누구의 소관인지, 왜 내가 연관되는지, 다수의 움직임 속에서 책임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 내부에서도 이런 식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딱 그 시스템이 나와 있어서 놀랐다.
또 다른 건, 정보의 격차다. 나는 죽어라 열라게(!!) 고객사랑 소통하고 프로젝트를 하는데 다른 멤버가 '아, 그거 시작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등등 소리를 할 때마다 빡침이 올라왔다. 혹은 실무진 고작 4-5명 인데도 서로 협업, 소통이 되지 않아서 정보/자원 교류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도, 지금 회사에서도 작은 조직일 수록 정보의 격차를 직접 경험했다.
애매모호한 업무 체계는 업무 규칙, 보상, 평가 등 조직 운영 모든 차원에서 모호함을 낳을 뿐이다. 이 경험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저자가 고객과의 경험이 깊고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뢰감과 전문성이 높아져 보였고 나도 클라이언트 미팅할 때 실무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많이 공유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사이드 잡인 '타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핵 꿀팁
나는 부업으로 타로 상담을 하고 있다. 78장 타로카드는 인물 중심의 코트 카드, 인물의 상황, 행동 중심의 마이너 카드, 인물 특징과 배경 등이 담긴 메이저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 속 인물을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데 수강생들이 인물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많이 이야기들 한다.
타로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이 바로 '맥락'이다. 기업들이 캐릭터를 만들 때도 인물을 몇 가지 특징이 아닌 맥락에서 탄생해야 지속적으로 이해 되고, 캐릭터 만의 세계관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1) 캐릭터의 정의, 2) 왜, 어디서, 누구로 부터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 3) 고유 특성과 행동이 담긴 캐릭터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타로 카드의 상징과 배경을 배우는 이유다. 그리고 성격, 말투, 행동, 외모 등을 이해하게 되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당화 된다. 타로 상담에서 '상대방이 이렇게 생각/행동하는 이유'를 얘기할 때도 이 부분을 많이 설명한다.
타로카드를 배우면 사람들의 세세한 심리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이 관점에서 타로카드를 배우면 카드를 3D로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세상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이해하고, 상담할 때 내담자의 이야기에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
넓게 보면 사회 생활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겉모습이나 문제 행동을 탓하거나 혹은 '이해'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그 상대방의 '배경', '맥락'과 같이 그 이면을 이해하는 것이 더 속 편한 결정일 수도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브랜드 가이드'다. 5단계로 나눠서 브랜드 제안서 혹은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는 세세한 가이드 내용이다. 폰트, 로고, 컬러 등등 아주 세세하게 나와 있다. 블로그나 플랫폼에도 많이 소개가 됐다. 이 부분은 나중에 내가 진짜 1인 창업을 하게 된다면 다시 꺼내서 '나의 색깔'이 반영된 조직 문화와 업무 가이드를 재작성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브랜드 가이드를 작성해봐야겠다. 단어는 브랜드 가이드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인수인계서, 업무 가이드다. 연말까지 담당 업무 가이드/설명서를 써야 하는데, 아주 잘된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브랜딩에 관점을 한층 더 넓혔다. 취업이든 사업이든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강점'과 '장점'을 어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데 브랜딩은 곧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나 자신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색깔이나 컨셉에 맞춰 나를 바꾸듯이 조직 운영도 마찬가지로 조직 컨셉과 색깔을 잘 이해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실무 밑단까지 쫙 흡수시켜야 하는 것 같다.
오늘도 경험적 지식, 지식적 경험 쌓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