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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모녀

by 눈물과 미소



지하철에 모녀가 탔다. 아이는 4~5살가량 되어 보였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에 검은 피부를 지녔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눈빛이 매서웠다. 아이는 엄마가 주는 물을 받아 마시거나 손에 낀 보석 반지를 바라보거나 엄마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이외에는 빵을 먹는 일에 열중했다. 저녁 식사였던 것 같다. 아이는 봉지에 든 마늘빵을 야무지게도 뜯어먹다가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응시했다. 눈이 마주칠 때면, 나는 인자하다기보다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 엄마는 네일아트를 한 손톱이 길었고 검은색 티셔츠에 통이 넓은 호피 무늬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광대뼈가 다소 불거진 얼굴에 화장기 없이 투명한 피부를 지녔는데, 손목까지 문신이 덮여 있었다. 엄마의 눈빛은 아이에 비해서는 덜 호전적이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웠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엄마는 이따금씩 아이가 먹다가 흘린 빵 부스러기를 바닥으로 털어내고, 아이에게 스포츠음료 통에 든 물을 먹였다. 아이의 빵을 빼앗아 한입 베어 물거나 물을 가져가 마시는 등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무표정한 얼굴에 윤기 없는 미소가 어렸다.


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보며 아이 아빠의 외모와 체격을 떠올렸고, 아이 엄마의 표정을 보며 눈물을 그려보았다. 문신으로 덮고 싶었던 것은 피부가 아닌 그간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빵 먹기를 마치자 아이 엄마는 남은 빵을 봉지 깊숙이 밀어 넣고 봉지를 오므린 후 물통과 함께 종이백에 넣었다. 일어서면서 의자의 빵가루를 마저 털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선한 마음을 지닌 그녀였다.


아이에게 저녁 식사 대신 질긴 마늘빵을 먹여야 했던 까닭, 그리고 아이에게 유아용 물병을 사주는 대신 스포츠 음료 병으로 물을 먹여야 했던 까닭을 떠올리며 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혹시 그녀가 나의 마음을 읽고 불편해했다면, 나는 미안해하며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의 삶이 고달파서 그런 생각들을 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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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