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 경험을, 완벽보다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40대 중반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내 삶의 스펙트럼은 참 넓어졌다. 중학교 37등에서 시작해 서울에 있는 대학 캠퍼스를 거쳐,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깔끔한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뉴질랜드 호텔의 뜨거운 키친에서 설거지를 했다. 야간 떡집에서 새벽까지 반죽을 하고, 한인마트 계산대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금은 43세에 시작한 신입 공무원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
각각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 호텔 VVIP로 누렸던 럭셔리함의 황금빛, 키친핸드로 일할 때의 구슬땀 같은 투명함, 야간 떡집의 고요한 보랏빛, 마트 계산대의 따뜻한 주황빛, 그리고 지금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안정된 파란빛까지.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색깔들이다.
사람들은 종종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적인 행복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며 살고 싶다. 키친에서 뜨거운 프라이팬을 나르며 위험했던 순간에도, 떡집에서 온몸이 쑤시며 집에 돌아갔던 밤에도, 그 안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호텔에서 인도 셰프 친구가 보여준 따뜻함, 떡집에서 배운 꾸준함의 가치, 마트에서 무너뜨린 선입견들, 뉴질랜드에서 느낀 이민의 현실과 한계들. 이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행복은 순간이지만, 의미는 지속된다. 그 의미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
요즘도 가끔 예전 동료들을 만나면 "왜 그렇게 살았냐"는 말을 듣는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간 것도, 돌아와서 공무원 시험을 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차를 타고, 멋진 집에 사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그런 성공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무원이 된 지금도 월급은 20년 전 신입사원 때만 못하다. 하지만 민원인들을 대할 때 느끼는 여유와 이해심, 동료들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들, 매일 아침 출근하며 느끼는 안정감.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더 값지다.
브런치북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인생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었다. 성공담이 아닌 과정 속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 자신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인생은 정말 단 하나의 풍경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높고 낮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결로 이어진 풍경들. 그 풍경들이 모여 만든 무지개 같은 삶의 스펙트럼. 나는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한 색깔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가고 싶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경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경험들. 그리고 그 모든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며 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있다. 신입 공무원으로서 매일 배우는 것들, 브런치 글을 통해 만나는 독자들과의 소통,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들까지.
나는 성공한 사람보다 경험이 많고, 그 경험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삶의 방향이고, 내가 그려가고 싶은 인생의 색깔이다.
삶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나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이 독자 여러분께도 잔잔한 온기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선택한 색깔들로 채워진다. 나는 오늘도 내 스펙트럼에 새로운 색깔을 하나씩 더해가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