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천년고찰 마하사를 방문했다.
아이들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광경들을 보느라 신이 났고, 우리 부부는 말도 안 되는 큰 복을 빌기에 바빴다.
담백하게 절밥을 먹고, 절에서는 밥알 한 톨도 남기면 안 될 것 같아 설거지하듯 긁어모아 먹었다.
지지난해 겨울에 왔을 때는 개울물이 꽁꽁 얼어 고드름을 따서 애들한테 하나씩 줬었는데, 따뜻한 봄날에 오니 맑고 차가운 물이 되어 졸졸졸 흐른다. 더운 날씨였는데, 덕분에 땀 좀 식히고.
부처님 오신 날이라 그런지 한적하던 이 등산로가 웬일로 북적북적하다.
그렇게 하루를 잘 마감하고 다음날 출근길 버스 안에서 어린아이와 엄마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꼬마아이가 유치원 안 갈 핑계를 찾고 있었다.
"엄마, 오늘은 좀 추운데 안 가면 안 돼? 배도 좀 고픈 거 같고.."
"안돼, 가기로 약속했으니 가야지."
"엄마,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같은데, 안 가면 안 돼?"
"... 부처님 어제 오셨다 가셨어!"
부처님 오신 날을 생전 처음으로 검색해 봤다.
내가 모르는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가 있는가 해서.
나는 지금까지 부처님이 오셨다 가신날인지도 모르고 절에 가서 절밥을 먹고 절하고 했단 말인가.
다행히도, 아니었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이었다.
휴..